대통령·전공의 만났지만… 의료계는 분열·갈등 조짐

입력 2024-04-06 04:05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5일 대전시 중구 충남대 의과대학을 찾아 총장·의대학장·병원장 등과의 간담회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충남대 의대 교수와 전공의, 의대생 등은 항의시위를 벌였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공의와의 대화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의 만남을 두고 “물꼬를 텄다”고 평가했다. 다만 ‘2000명’이라는 증원 규모는 변함없다는 점을 분명하게 했다. 반면 의료계는 분열 조짐을 노출하고 있다. 대통령과 만남이 이뤄졌지만, 별다른 성과를 얻지 못하자 박 위원장을 향한 비난이 쏟아졌다. 박 위원장을 탄핵해야 한다는 요구까지 분출 중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정부와 전공의는 이제 막 대화의 물꼬를 텄다. 유연하게, 그러나 원칙을 지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화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브리핑에서 “첫 만남이었고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대화 내용은 양쪽에서 모두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 위원장은 만남을 마친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대한민국 의료의 미래는 없다’는 짧은 글을 올렸다. 이 때문에 대화가 증원 규모 2000명에 가로막힌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박 차관은 2000명 증원 계획에 변함없는지를 묻자 “(의료계가) 대안을 아직 제시하지 않은 상태”라며 “2000명 증원에 대해서 정책 결정 내린 사항이기 때문에 특별한 변경 사유가 있기 전까지 기존 방침은 그대로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내부 전공의들을 상대로도 침묵 중이다. 전공의들은 ‘대전협 박단 회장 탄핵 성명서’라는 제목의 문서를 공유하며 박 위원장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비대위에서 독단적으로 행동했다는 것에 대한 분노와 무력감, 불안에 휩싸였다. 박 위원장이 자신을 제외한 비대위, 대전협 대표를 참석하지 않도록 해 대화 내용이 외부에 공개되지 않도록 극도로 조심했다”고 지적했다.

다른 의료계 단체들도 거센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장 당선인은 이날 자신의 SNS에 ‘외부의 거대한 적보다 내부의 적 몇 명이 나를 더 힘들게 한다’라는 문구를 적었다. 이를 두고 박 위원장을 겨냥한 글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임 당선인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본인이 독단적으로 가서 성과를 가져왔으면 모르겠지만, 안 가져왔으면 그것도 본인이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의료계에선 박 위원장을 향한 내부 공격이 의정 대화를 한층 어렵게 만들고 분열을 초래한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빅5’ 병원 레지던트 A씨는 “박 위원장이 대통령에게 어떤 의견을 냈는지 정확히 알려진 게 없는데 쉽게 탄핵을 결정하면 내부 결속력 저하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의대 교수 단체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7시 총회를 열고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대화 이후 대책을 논의했다. 비대위 소속의 한 의대 교수는 “당장 대화 내용이 공유되지 않아서 교수들도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전공의들은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대전 충남대 의대를 방문한 자리에서 증원 반대를 외치며 항의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