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對) 이스라엘 정책’을 재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에서 민간인 피해를 막기 위한 즉각적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전폭 지지라는 기존 정책에 변화를 주겠다는 경고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책 변화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개전 이후 처음이다. 민간인 피해가 급증하자 최후통첩을 날린 것으로 분석된다.
미 백악관은 4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30분간 통화하며 가자지구 상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일 발생한 이스라엘군의 국제구호기구 차량 오폭은 용납할 수 없다. 이스라엘이 민간인 피해와 인도주의적 위기, 구호 활동가들의 안전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을 발표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스라엘의 조치를 평가해 지원 정책을 결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무고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즉각적 휴전이 필수적이다. 바로 협상이 이뤄지도록 협상가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은 지난해 10월 7일 개전 이후 네타냐후 총리에게 전한 가장 강력한 발언”이라고 평가했다. 폴리티코도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과 이스라엘의 관계가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점을 확실히 알렸다”고 진단했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가자지구에 대한 원조 규모를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지원 물품 수송을 위해 남부 아슈도드 항구를 임시 개방하고, 개전 이후 폐쇄했던 가자지구 북부 에레즈 검문소를 다시 개방할 계획이다. 요르단에서 가자지구로 들어가는 물자 수송도 대폭 늘리기로 했다. 에이드리언 왓슨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대변인은 “이러한 조치는 완전하고 신속하게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네타냐후 총리는 통화에서 이란의 보복 위협도 논의했다. 지난 1일 시리아 다마스쿠스 영사관 피폭 사건 이후 이란은 이스라엘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을 예고한 상태다. 네타냐후 총리는 “우리를 해치거나 해치려는 세력을 우리가 해칠 것”이라고 맞섰다.
장은현 기자 e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