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집권 자민당이 ‘비자금 스캔들’ 연루 의원 39명을 징계 처분했다. 당 차원에서 2005년 이후 19년 만에 최대 규모로 내려진 징계로 평가된다. 퇴진 수준인 10~20%대 내각 지지율로 고전하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처분 대상에서 제외돼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NHK에 따르면 자민당 당기위원회는 4일 비자금 스캔들 인사 처분 회의에서 아베파 의원 36명, 니카이파 의원 3명을 징계 조치했다. 시오노야 류 전 문부과학상, 세코 히로시게 전 자민당 참의원 간사장은 ‘탈당 권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탈당 권고는 자민당의 징계 처분 8단계에서 ‘제명’ 다음으로 무겁다.
시오노야 전 문부과학상과 세코 전 간사장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2022년 7월 총격 피살된 뒤 각각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아베파 수장으로 활동했다. 이들에게 내려진 탈당 권고는 이미 해산을 선언한 아베파에 대한 ‘정치적 사망선고’로 평가된다.
다른 아베파 중진인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전 경제산업상은 ‘당원 자격 정지 1년’ 처분을 받았다. 아베파 사무총장을 지낸 다카기 쓰요시 전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은 당원 자격이 6개월간 정지됐다. 비자금 스캔들의 중심에 선 마쓰노 히로카즈 전 관방장관, 하기우다 고이치 전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은 ‘당 직무 정지 1년’ 징계를 받았다. 당내 파벌 간부 외 의원들은 정치자금 보고서 부실 기재액에 따라 징계 수위가 차등 결정됐다.
교도통신은 자민당의 이번 징계에 대해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이 2005년 우정 민영화 관련 법안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50여명에게 제명·탈당을 권고한 이후 최대 규모의 징계”라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는 징계 대상에서 빠져 ‘꼬리 자르기’라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당 수장의 책무를 포기한 총리는 나라를 이끄는 지도자로서 자질이 부족한 것”이라며 “자민당 1강 구도가 이어지며 긴장감도, 자정작용도 사라졌다. ‘국민정당’의 간판은 마침내 녹이 슬었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아베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며 “이번 징계 처분은 당 분열의 화근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태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