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단, 페북에 한 문장뿐… 의료계, 일말의 기대가 실망으로

입력 2024-04-05 04:02
박단 대한전공의협회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용산구 의사협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 참석해 있다. 연합뉴스

집단사직한 전공의를 대표해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윤석열 대통령과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는 것으로 전해지자 의료계에선 실망과 반발이 나왔다. 만남 자체가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양측의 입장차만 확인하면서 의정갈등 사태가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윤 대통령과 박 위원장의 만남 직전에는 “대화 자체로 의미 있다”며 기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면담 이후엔 “기대가 실망으로 바뀌었다”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박 위원장은 면담 뒤 SNS에 성과가 없었음을 암시하는 한 문장만 올렸다. 대통령실과 마찬가지로 박 위원장 역시 구체적인 대화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대전성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인턴 류옥하다씨는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과 여당에 명분만 준 것 같아 유감”이라고 말했다. ‘빅5’ 병원 전공의 A씨는 “대통령이 제안한 만남이었으니 거절하긴 어려웠겠지만 ‘불통’ 이미지를 벗은 것 외에 얻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만남 자체에 응하지 말았어야 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전공의 B씨는 “정부 기조가 바뀌지 않았는데 만난다는 것 자체가 의아했다”며 “안 나갔어야 했다. 이제는 전공의들이 해왔던 대로 가만히 (복귀하지 않고) 있으면 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전공의 C씨는 “개별 의사에 의한 사직인데, 박 위원장은 대표성이 없다”며 “전체 의견을 수렴해서 진행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은 2000명을 고집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결국 전공의를 불러 일방적 설득만 한 것 아니냐는 불만도 나왔다.

전공의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의대 교수들은 당장 전공의 복귀가 어려워져 허탈하다는 반응이다. 고범석 전국 의과대학 비상대책위원회 공보담당은 “오늘 대화는 우리가 예상했던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른 것 같다”며 “교수들이 사직서를 내놨고, 진료 취소도 한 상태인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만남으로도 사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서 전공의와 의료계가 더 강경 투쟁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당선인은 SNS에 ‘아무리 가르쳐도 모르면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라는 글을 올렸다. 의사들의 요구를 대통령이 수용하지 못한 것을 비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의협은 공식 입장 발표는 자제한 채 전공의 반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사태 해결의 핵심으로 꼽히는 전공의 행정처분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서 다음 주 대규모 면허정지 처분 대상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의대 교수들도 지난달 25일 사직서를 제출하며 “한 달 뒤 병원을 떠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매듭지을 시간이 점점 촉박해지고 있는 셈이다.

김유나 차민주 박선영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