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월세 위에 나는 ‘고금리’… 가계 이자부담, 월세보다 ↑

입력 2024-04-05 04:06

지난해 가구가 부담한 이자비용이 월세 지출액보다 더 많았던 것으로 집계됐다. 이자비용이 월세 지출액을 추월하는 현상은 9년 만에 처음이다. 전세 사기 등으로 월세 전환이 늘면서 전반적으로 월세 지출액이 늘었는데도 이자비용을 따라가지 못했다. 그만큼 고금리 여파가 컸다는 분석이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가구당 월평균 이자비용은 13만원으로 2022년 9만8700원보다 31.7%나 폭증했다. 관련 통계 개편 이후인 2019년 이래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급증한 월평균 이자비용 지출액은 지난해 각 가구가 지출한 ‘실제 주거비’를 앞질렀다. 지난해 기준 가구당 월평균 실제 주거비는 11만1300원으로 집계됐다. 실제 주거비란 월세처럼 가구가 주거를 위해 실제로 치른 비용을 말한다.

이자비용이 실제 주거비를 추월한 것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됐던 2015년 이후 처음이다. 이전까지만 해도 이자비용보다 낮았던 월평균 실제 주거비 지출액은 해당 연도에 8만332원으로 월평균 이자비용 6만8168원을 웃돌았다. 이후 이 흐름이 이어져왔다.

실제 주거비 역시 적게 오른 편은 아니다. 2022년과 비교하면 8.6%나 증가하며 2019년 이후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였다. 실제 주거비가 늘어난 이유로는 월세 전환과 월세액 증가가 꼽힌다. 자가보유자나 전세가구의 경우 실제 주거비가 ‘0원’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전세가 늘어날수록 이 비용은 떨어진다. 그럼에도 이자비용 지출이 더 많았던 이유로는 고금리가 꼽힌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기준금리를 3.50%에 고정시켰다.

주거비에 이자 부담까지 크게 늘면서 가계 여윳돈도 줄고 있다. 월세를 살수록 여윳돈이 더 큰 폭으로 줄어드는 모양새다. 지난해 4분기 월세가구의 처분가능소득 대비 흑자액 비율은 20.0%로 2019년 1분기(17.3%) 이후 약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가 3%대를 유지하는 한 당분간 금리 인하를 기대하기 힘들다”며 “그만큼 가계에도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혜지 기자 heyj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