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업체 대만 TSMC가 지진으로 멈췄던 반도체 생산을 곧 재개한다는 소식을 알렸다. 그러나 반도체 가격 논의가 중단되는 등 대만 지진이 글로벌 공급망에 미칠 영향을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각에선 국내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TSMC는 3일(현지시간) 밤 성명을 통해 “지진으로 조업이 중단됐던 공장 설비를 10시간 만에 70% 이상 복구했다”며 “밤 사이에 조업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남부 타이난의 ‘팹18’ 등 신설 공장의 복구율은 8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이 공장은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는 주력 거점 중 하나다. TSMC는 “지진으로 생산라인 일부 장비가 손상됐지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지진으로 3㎚ 첨단공정 시설 가동이 일시 중단했고, EUV 노광장비도 8~15시간 가동이 멈췄다. 피해는 전공정 웨이퍼 공장뿐 아니라 후공정 패키징 공장에서도 발생했다.
반도체 가격 협상도 중단됐다. 미국 반도체 제조업체인 마이크론은 4일 D램 가격의 견적 발표를 연기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가격 논의를 잠시 멈춘 상황이다.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은 TSMC 등 대만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TSMC는 세계 점유율이 60% 이상이고, 생산능력의 90% 이상이 대만 공장에 집중돼 있다. 특히 애플은 신제품 출시를 위해 반도체 생산량을 늘리는 시기다. TSMC에서 제조한 칩 공급이 중단되면서 잠재적으로 제품 출시 일정에 부정적인 영향을 받게 됐다. 실제로 아이폰 제조 공장인 폭스콘은 지난 3일 지진 발생 후 검사를 위해 일부 생산 라인을 멈췄다. 다만 엔비디아 등 기업은 대만 지진이 반도체 공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TSMC의 지정학적 우려가 커진 터라 중장기적으로 대만 의존도 하락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만 반도체 의존도를 줄여야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더욱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대만이 지진에 취약한 지역인만큼 이번 기회에 대만 의존도를 크게 줄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만 지진에 따른 마이크론, TSMC 생산 차질은 삼성전자의 2분기 D램과 파운드리 가격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임송수 기자 songst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