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家) 3세인 김동선(사진) 한화갤러리아 부사장이 자사 주식을 ‘폭풍 매수’ 중이다. 최근 1년간 100차례 넘게 매수하면서 단숨에 2대 주주에 올랐다. 개인으로는 최대주주다. 그룹에선 사업 부문을 쪼개고 붙이는 ‘교통정리’가 한창이다. 한화그룹이 김승연 회장의 뒤를 잇는 3형제 중심의 승계 구도를 잡아가고 있는 상황을 염두에 둔 행보로 풀이된다.
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지난해 4월부터 지난달까지 111차례 한화갤러리아 주식을 매수했다. 매수 금액은 약 48억1927만원에 달한다. 한화갤러리아는 지난해 3월 31일 한화솔루션에서 인적분할돼 주식시장에 재상장했다. 약 2주 뒤인 지난해 4월 12일 김 부사장은 회사 주식 5만주를 주당 2059원에 처음 매수했다.
이후 회사 주식을 꾸준히 사 모았다. 최소 7000주에서 최대 10만주를 한꺼번에 매수했다. 지난해에만 64차례, 올해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47차례 매수했다. 올해만 보면 이틀에 한 번 이상 매수 버튼을 누른 셈이다.
주식을 1주도 갖고있지 않던 김 부사장의 지분율은 1.92%(377만5860주)까지 치솟았다. 기존 2대 주주였던 한화솔루션(1.39%)을 밀어내고 ㈜한화(36.31%)에 이어 2대 주주에 올랐다.
김 부사장이 한화갤러리아 주식 매수에 열을 올리는 상황은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시장에선 김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동원·동선 승계 구도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으로 본다. 한화그룹은 김 회장에 이어 3세 경영 채비를 갖춰나가고 있다.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방위산업·항공우주·태양광·이차전지 등의 계열사를,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이 금융 계열사를, 김 부사장이 나머지를 이끄는 구상이다. 김 부사장의 폭풍 매수에는 자신이 맡을 가능성이 큰 유통·리조트·건설 부문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것이다. 김 부사장은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을 맡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와 지난해 10월 출범한 한화로보틱스에서도 전략 담당 임원이다.
이와 별도로 한화그룹은 최근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일 ㈜한화는 이사회를 열어 ㈜한화 건설부문의 해상풍력 사업과 글로벌부문의 플랜트 사업을 한화오션에 넘기기로 했다. 또 ㈜한화는 모멘텀부문을 쪼개 태양광 장비 사업은 한화솔루션에 주고, 이차전지 장비 사업에 초점을 맞춘 신설 회사(한화모멘텀)를 세우기로 했다.
항공우주를 담당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인적분할을 검토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오는 5일 이사회에서 방산·항공우주 부문과 비주력 사업 부문을 나누는 안건을 상정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 관계자는 “김 부사장의 주식 매수는 책임 경영 의지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번 사업재편은 승계와 무관하다. 사업군별 전문화를 추진해 각 계열사의 경쟁력 강화를 꾀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