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퇴직자의 꽃’으로 부러움을 한몸에 샀던 삼성 특유의 ‘상근 고문’ 제도를 대폭 축소한 후폭풍이 예상보다 거세다. 퇴직한 올드보이(OB) 사이에서도 의사결정권자가 무리수를 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삼성은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에 따른 실적 악화 속에 강도 높은 비용 절감 차원에서 이뤄진 조치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임원의 연봉은 지난해 동결됐다.
삼성은 사장과 부사장급 이상으로 퇴직한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운영했던 상근 고문 제도 혜택을 2024년도 정기 인사부터 거의 없앴다. 퇴직 시점에 그동안의 회사 기여도를 평가해 상근 고문과 비상근 고문, 상담역, 자문역 등으로 나눠 각종 보상을 줬는데 혜택을 확 줄인 것이다. 퇴임 후 2~3년가량 보장했던 상근 고문직은 잘 받아야 1년 정도로 축소됐다. 그 전까지는 삼성에서 사장으로 퇴직하면 상근 고문 임기가 끝나도 비상근 고문으로 전환해 보통 5년 정도를 예우받았다. 퇴직 후 상근 고문 타이틀을 달면 재임 시절 급여의 70% 수준의 연봉은 물론 개인 사무실과 비서, 기사 달린 차량, 법인 카드, 골프 회원권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상근 고문을 받고 회사를 나가는 게 ‘하늘의 별 따기’가 됐다. 부사장급 퇴직자에게는 상근 고문 제도가 사실상 폐지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비상근 고문이나 자문역을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는 전언이다. 한 관계자는 “혜택 축소가 퇴직 임원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어떤 부서에서 누구와 근무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는 뒷말도 나온다”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한다고 했지만 이로 인해 경쟁사에게 인력을 뺏기는 사례도 있다. 일부 기술직 퇴직 임원이 경쟁사로 바로 이직하거나 2~3년 정도 임기를 보장받고 협력사로 옮기는 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