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최고경영자(CEO)가 행동주의 펀드와 이사 자리를 놓고 벌인 표 대결에서 완승해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디즈니는 3일(현지시간) 연례 주주총회에서 아이거를 포함한 현직 경영진이 제안한 이사진 12명의 재선임을 주주 과반의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이사 각각의 지지율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블룸버그통신은 “아이거가 94%의 압도적인 지지를 얻었다”고 전했다.
아이거는 2005~2020년, 2022년부터 현재까지 모두 17여년 동안 디즈니를 이끌며 픽사, 마블 등을 인수해 ‘디즈니 제국’을 건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간 자사 지분 1.8%를 보유한 월가 행동주의 펀드 트라이언파트너스와 경영권 공방을 벌여왔다.
트라이언파트너스의 수장인 넬슨 펠츠는 디즈니 이사진 교체를 요구하며 자신과 제이 라술로 전 디즈니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이사로 지명하도록 요구했다. 하지만 이날 주총에서 31%의 지지율에 그쳐 이사진 합류에 실패했다.
디즈니 주총은 아이거와 펠츠로 나뉜 두 진영의 세력 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트라이언파트너스는 미국 최대 공적 연기금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자산운용사 노이버거버먼, 아이크 펄터머 전 마블 회장을 우호 세력으로 포섭했다.
아이거 중심의 디즈니는 스타워즈 제작자 조지 루카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CEO에게 지지를 요청했다. 특히 미국 1, 2위 자산운용사인 블랙록과 뱅가드그룹이 디즈니 주주로서 아이거 측을 지지한 것이 이날 표 대결에서 결정타로 작용했다.
이번 주총은 ‘역사상 가장 비싼 이사회’로도 평가된다. 미국 언론들은 디즈니가 경영권 방어를 위한 마케팅과 캠페인 비용으로 4000만~7000만 달러(약 539억~943억원)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디즈니 주총에 대해 “엔터테인먼트 업계 거물과 거친 행동주의가 맞붙은 가장 값비싼 대리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이거의 승리에 대해서는 “펠츠에게 향한 31%의 지지율은 결국 투자자들의 불만 신호”라고 지적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