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뒷담] ‘챗GPT 못 쓰겠네’ 공무원들이 고개젓는 이유

입력 2024-04-05 00:04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가 관가에서 정착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챗GPT 열풍이 분 초반에는 해외 자료를 번역하거나 고위 공직자의 ‘말씀자료’ 초안을 만드는 데 활용됐지만 결국 ‘보안’이 발목을 잡았다. 챗GPT가 만든 보고서를 신뢰하지 못 하는 분위기도 걸림돌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1월 행정안전부 통일부 국가보훈처 인사혁신처 4개 부처 업무보고에서 “2023년도 대통령 신년사를 챗GPT가 써보게 했다”며 챗GPT 사용을 독려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2월 배포한 보도자료에 ‘본 보도자료의 제목은 챗GPT를 통해 작성했다’고 표기하는 등 챗GPT 활용을 강조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5월 진행한 ‘챗GPT의 미래와 경제정책 시사점’ 주제의 민간 전문가 초청 특강도 150명이 참석하는 등 관가 전반에 챗GPT 활용이 확산하는 모양새였다.

이후 1년이 지난 지금, 챗GPT는 실질적으로 업무에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보안이다. 오픈형 AI인 챗GPT 이용 과정에서 정부의 기밀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 세종과 서울 등의 정부청사에서는 정보 유출 및 해킹 가능성에 와이파이 대신 내부 인트라넷을 사용한다. 이같은 ‘보안 최우선’ 분위기 속에서 챗GPT의 정착은 쉽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한 정부 부처 관계자는 “보안 우려로 챗GPT 사용을 독려하지 않는 분위기”라며 “정부 내부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초거대 AI 개발이 본격화한 것도 같은 이유”라고 말했다.

여전히 국·과장급 공무원은 ‘손품’을 들여 만든 보고서를 선호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경제부처 과장은 “챗GPT가 거짓 정보를 답했다는 기사도 많이 나오지 않냐”며 “챗GPT로 자료 조사를 했다고 하면 보고의 신뢰도가 낮아진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