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경험 바탕, 현대 젊은이들의 불안하고 각박한 삶 그려내

입력 2024-04-04 18:41

“열심히 장사하고 있지만, 밤마다 두려움을 느끼며 잠을 설치는 나는 행복한가. 그럴 리가 없지. 손님들 앞에선 밝게 웃지만, 적자를 예상하고 저녁밥을 컵라면으로 때우는 나는 행복한가. 그럴 리가 없지.”

연극판에서 20대를 보내고 마지막 직장이었던 학원을 그만둔 마은은 서른일곱에 장사를 시작한다. 카페를 여는 데 드는 돈과 가게 월세 등 여러가지 비용을 고민하던 마은은 고시원과 다를 바 없는 리빙텔마저 정리하고 가게에서 먹고 자기로 한다.

직장은 그만두면 돌아설 수 있지만 ‘마은의 가게’는 모른 척할 수도, 두고 도망칠 수도 없다. 쉬는 날 없이 아침부터 밤까지 일하면서도 마은은 자신의 최선이 자꾸만 부족하게 느껴진다. 시도 때도 없이 카페 앞을 배회하며 담배꽁초를 버리는 동네 열쇠 가게 사장은 혼자 사는 마은을 불안하게 만든다.

중소기업 경리팀에서 일하는 보영도 불안감을 안고 살긴 마찬가지다. 여직원을 승진시켜주지 않는 회사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겨우 유지하는 남자친구도 답답하기만 하다. 보영의 눈에는 본인도 이제 막 카페를 열었으면서 다른 카페의 장사를 걱정하고, 다른 곳에서 납품받아도 될 법한 디저트 하나까지도 직접 만든 것만 판매하려는 초보 사장 마은이 신기하다.

보영은 낯선 손님인 자신의 끼니를 챙기는 마은의 다정함과 카페에서 감자를 쪄서 팔고 싶다고 말하는 엉뚱함에 차츰 마음을 열게 된다. 소설은 하는 일도, 살아가는 방식도 제각각인 인물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불안을 나누면서도 상대에 대해 캐묻지 않는 모습을 통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서로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말한다.

이서수는 소설에서 주거 불안과 고용 불안, 관계 불안 등 현대의 젊은이들이 겪는 다양한 불안 요소를 그려낸다. 직접 카페를 창업하고 팬데믹과 함께 문을 닫아야만 했던 작가의 지난 경험도 담겼다.

작가는 “공마은 같은 여성 자영업자가 겪는 두려움과 자괴감, 이를 극복하게 하는 사랑과 연대에 대해 그리고 싶었다”며 “다시 자영업자가 될 가능성을 품고 있는 지금의 내겐 여전히 현재진행형 이야기라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서수는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젊은 근희의 행진’ ‘엄마를 절에 버리러’, 중편소설 ‘몸과 여자들’, 장편소설 ‘헬프 미 시스터’ ‘당신의 4분 33초’ 등이 있다. 젊은작가상, 이효석문학상, 황산벌청년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