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8년 출발한 ‘문학과지성 시인선’이 600번을 찍었다. 국내 시집 시리즈로는 가장 멀리 나아간 숫자다. 600호는 500번대 시집 99권의 뒤표지 글을 모은 ‘시는 나를 끌고 당신에게로 간다’로 꾸몄다.
문지 시인선을 기획하고 있는 강동호 문학평론가는 지난 3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문지 시집은 뒤표지에 시인이 글을 적는 독특한 구성을 유지해 왔다”면서 “뒤표지 글은 내용이나 형식이 정해져 있지 않은 글이고, 산문처럼 보이지만 대단히 시적이기도 하다. 어디에도 귀속되지 않는 뒤표지 글은 언어적 모험, 새로운 언어를 지향하는 문지의 지향을 잘 보여준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문학평론가)는 “순문학 시장이 너무 작고 시는 문학에서도 변방인데 시집 시리즈가 600호까지 발간되는 건 세계적으로도 이례적인 일”이라며 “젊은 독자들이 계속 유입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문지 시인선 중 36명의 시인, 86권의 시집이 해외에 번역됐다”면서 “문지 시집은 동시대 해외 독자들과 함께 읽는 시집이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46년간 이어진 문지 시인선을 통해 시집을 낸 시인은 거의 250명에 달한다. 문지 시인선 중 가장 많이 팔린 시집은 기형도의 ‘입 속의 검은 잎’으로 지금까지 37만부가 넘게 팔렸다. 2000년대 이후 가장 팔린 시집은 한강의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이다.
이근혜 편집주간은 “문지 시인선은 오래된 시집들도 계속 중쇄를 하고 리뉴얼, 선집 등의 형태로 새로 포장해 선보이고 있다”며 “한 해 평균 20만∼22만부의 시집을 출간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