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행동에 아파트 ‘의세권’ 선호 더 높아지나

입력 2024-04-04 04:03

전공의 집단행동 장기화 여파로 부동산 시장에서도 병·의원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의료시설과 병원이 포함된 생활권이라는 의미로 ‘의세권’ ‘병세권’이라는 말도 등장했다.

한 분양업계 관계자는 3일 “최근 의료 대란이 길어면서 환자와 가족의 불편이 가중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좋은 의료 인프라를 갖춘 곳이 부각되는 분위기”라며 “이런 지역이나 아파트는 두터운 수요를 바탕으로 기존에도 높은 평균 가격을 형성해왔다”고 말했다.

같은 역세권 브랜드 아파트인 서울 종로구 ‘경희궁자이’와 ‘경희궁롯데캐슬’의 가격차는 이런 선호도를 일부 엿볼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로 거론된다.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경희궁자이는 올해 1월 20억원에 매매되며 경희궁롯데캐슬의 최근 실거래가(지난해 12월 15억원)를 5억원 웃돌았다.

두 아파트는 각각 서울지하철 5호선과 3호선에 인접해 있지만 병원은 경희궁자이가 더 가깝다. 경희궁자이 4개 단지 중 3단지는 대형병원인 강북삼성병원과 서울적십자병원이 바로 앞이다. 가장 먼 1, 4단지에서도 걸어서 10~15분이면 두 병원에 갈 수 있다. 경희궁롯데캐슬은 도보 20여분 거리다.

물론 두 아파트 가격이 병원 인접성 차이만으로 크게 벌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 경희궁자이는 4개 단지를 합쳐 2500가구가 넘는 대단지다. 경희궁롯데캐슬은 200가구에 조금 못 미친다.

분양업계 관계자는 “단지 규모면에서 상당히 큰 차이가 있고 이밖에도 여러 가지 입지에 대한 선호가 반영된 가격”이라면서도 “경희궁롯데캐슬이 지하철역과 더 가깝고 초등학교도 단지에 붙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5억원까지 벌어진 가격차에는 의료시설에 대한 수요 역시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전용 84㎡가 5억원에 거래되며 2021년 입주 이래 최고가를 경신한 강원 ‘춘천후평우미린뉴시티’도 강원대학교병원, 한림대춘천성심병원을 이용하기 좋은 ‘병세권’으로 꼽힌다.

전국 의대 정원 확대가 지방 부동산 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방 대학은 입시에서 일정 정원을 해당 지역 고등학교 졸업자로 채우는 지역인재전형을 시행 중이다. 이 때문에 지방 의대 정원이 늘면 해당 지역 거주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고령화와 함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회적 이슈까지 더해지며 의료 인프라의 가치가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