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너무 좋다”… 고금리 장기화 전망 고개

입력 2024-04-04 04:04
3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에서 직원들이 증시와 환율을 모니터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것이란 전망에 미국과 국내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미 경제 지표가 잇달아 양호한 수준으로 나타나면서 금리 인하 명분이 약해진 데 따른 것이다. 원·달러 환율과 국제 유가도 상승세를 보이면서 주식과 가상자산 등 위험자산 선호 심리는 위축됐다.

3거래일 연속 오름세였던 코스피는 3일 하락 전환해 1.68% 내린 2706.97로 마감했다. 반도체 중심의 시총 상위권 종목의 하락 폭이 컸다.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900원(-1.1%) 하락한 8만4100원에 마감했고, SK하이닉스는 7100원(-3.8%) 내린 17만9200원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 지수 역시 1.30% 하락한 879.96에 거래를 마쳤다. 1분기 차량 인도량이 급감한 테슬라 주가가 4.9% 급락하자 코스닥 시총 1, 2위인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가 각각 6.1%, 7.2% 하락했다.

이날 한·미 증시 동반 약세는 미 금리 인하 기대 후퇴에 따른 영향이 컸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주요 인사들이 금리 조정이 시급하지 않다고 언급한 점이 반영됐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금리를 너무 빨리 인하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경제와 정책 모두 좋은 위치에 있고, 정책금리도 좋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금리 인하를 시작하기 전 인플레이션 수준이 낮아지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를 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연일 강세를 보였던 달러는 이날 약세로 전환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3.2원 내린 1348.9원에 마감했다. 전날 1352.1원을 기록하면서 5개월 만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잠시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달러 강세 추이에 비트코인은 한때 6만5000달러 아래로 떨어졌다. 지난달 7만4000달러 가까이 올랐던 것과 비교하면 12% 넘게 하락한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에 대한 베팅이 줄어들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2주 만에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국채 금리와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가상자산 랠리가 힘을 잃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제 유가는 5개월여 만에 최고가로 치솟았다. 중동 분쟁이 고조되는 동시에 원유 감산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종가는 배럴당 85달러를 넘겼고, 런던 ICE선물거래소에서 6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 역시 88달러를 넘겼다. 국제 유가는 올해 들어 20%가량 상승했다.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폭격을 계기로 이란과 이스라엘 간 긴장감이 고조된 것도 유가 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한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도 반복되고 있다. 유가 강세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금리 인하 기대감을 후퇴시키는 배경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