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개표 방송은 오랜 시간 시청자를 붙잡아야 한다. 따라서 방송사들은 저마다 차별화 전략이 절실하다. 지상파 3사는 ‘화려한 볼거리’와 ‘진중한 콘텐츠’ 사이에서 방향성을 달리하고 있다.
MBC는 ‘진중한 콘텐츠’에 무게를 뒀다. 컴퓨터그래픽(CG)은 개표, 경쟁 상황을 정돈된 화면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서 최소한으로만 사용하고, 선거 상황에 대한 해석과 토론에 더 비중을 두기로 했다. 김경태 MBC 선거방송기획단장은 3일 서울 마포구 MBC 사옥에서 진행된 ‘MBC 선거방송 간담회’에서 “이번에 중점을 둔 건 ‘핵심에 집중하기’다. 개표 숫자, 예측 숫자, 민심 흐름을 보는 숫자들을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시하는 것”이라며 “거기에 적절한 해설을 붙이는 포맷을 준비하면서 그 핵심이 전달되는 데 방해되는 건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화려한 볼거리’에 방점을 찍은 건 SBS와 KBS다. SBS는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 기술과 AI 가상 음성 기술 등을 기반으로 1대 1 딥러닝 과외를 받은 거대 곰 인형 캐릭터 ‘투표로’가 실시간 해설을 하고, 영화와 드라마를 활용한 재치 있는 CG로 후보들의 경쟁 상황을 보여줄 예정이다. KBS는 AI 기술을 활용해 주요 후보들의 아바타가 공약 정책을 개사한 음원으로 랩 배틀을 하고, KBS 캐릭터와 시청자가 함께 하는 정치 퀴즈쇼 ‘쌍방향 퀴즈쇼’를 진행한다. 또 KBS 드라마 주인공들과 전국 지자체 캐릭터 등 다양한 디자인을 토대로 후보들의 득표 정보를 제공한다.
선거방송의 핵심 경쟁력이 되는 당선 확률 예측 시스템은 지상파 3사가 모두 심혈을 기울여 업그레이드시켰다. KBS는 당선자 예측 시스템인 ‘디시전K’를 한 단계 발전시킨 ‘디시전K+’를 전면에 활용한다. 하나의 선거구를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하고, 읍면동별 실시간 개표 데이터를 분석해 개표가 마무리되기 전에 주요 후보자들의 당선 확률을 더 정확하고 신속하게 예측한다는 계획이다.
MBC는 5세대 당선 예측 시스템인 ABC(Accelerated Basket Counting)를 도입하며 이전보다 확률 모델을 정교화했다. 전화조사로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 5만명의 표심을 분석해 반영하는 식이다. 또 5차례에 걸쳐 이뤄진 패널조사의 첫 조사 때 ‘미결정층’이었던 21%의 표심 이동을 분석해 제공하는 ‘THE 21%’도 있다. SBS는 당선 확률 분석 시스템 ‘AI 유확당’을 ‘AI 오로라’라는 새 이름으로 업그레이드시켰다.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실시간으로 개표 데이터를 분석한 뒤 당선 확률을 제시하는데, 점차 비중이 커지는 사전투표에 대한 분석을 강화했다.
한 방송사 선거방송기획단 관계자는 “선거방송은 일종의 ‘모터쇼’ 같은 개념이다. 각 방송사가 가진 데이터 처리 능력, 그래픽 기술 등 모든 역량을 집대성해서 보여줄 기회”라며 “선거방송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2~3년은 간다는 얘기도 있을 정도라서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