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우승 성적 아쉽지만… ‘오기노 매직’은 계속된다

입력 2024-04-04 04:03

프로배구 남자부 OK금융그룹이 챔피언 문턱에서 고배를 마셨다. 결과가 다소 아쉽지만, 이미 손에 쥔 소득이 많다. 기본기를 다지고 신예를 발굴해 ‘내일이 더 무서운 팀’으로 탈바꿈했다.

변화의 중심엔 V리그 데뷔 시즌부터 8년 만의 챔프전 진출을 이룬 뒤 준우승까지 이끈 오기노 마사지(사진) OK금융그룹 감독이 있다. 오기노 감독은 2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V리그 남자부 챔프전 대한항공과의 3차전에서 패배한 후 “기존의 V리그 팀과는 조금 다른 배구를 보여주지 않았나 싶다”고 자평했다.

오기노 감독이 가장 먼저 꼽은 변화는 대폭 줄어든 범실 수다. 그는 “우리 팀은 사이드 아웃 확률이 낮아 서브 미스까지 나오면 상대에게 점수를 더블로 내준다”며 “공격 미스도 매일 연습해 실점이 많이 줄었고 OK만의 배구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경기당 서브 범실 10개 이하·공격 범실 8개 이하’. 오기노 감독이 시즌 초반 내걸었던 목표였다. 지난 시즌 OK금융그룹의 범실 수가 유독 많았던 탓이다. 구체적인 지침이 생기자 곧바로 효과가 나타났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에서 929개의 범실을 쏟아냈던 OK금융그룹은 올 시즌엔 범실을 654개로 묶었다. 이는 7개 구단 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다.

신예 선수의 성장도 이끌었다. 오기노 감독은 “모든 선수의 기량이 올라와야 스타팅 멤버들의 기량도 올라온다고 생각한다”며 “원팀으로 모든 선수가 성장하고 경쟁을 잘 해줘서 실력이 발휘된 시기였다”고 돌아봤다.

올 시즌 에이스 레오와 양 날개를 구축한 신호진이 대표적이다. 2022-2023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OK금융그룹에 지명된 신호진은 데뷔 첫해엔 27경기 126득점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올해는 오기노 감독의 지휘 아래 32경기 372득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 어느새 팀의 기둥으로 자리 잡았다.

체질 개선에 성공해 팀을 강호 반열에 올려놨지만, 여전히 변화가 목마르다. 오기노 감독은 “더 공부하면서 이번 시즌보다 업그레이드된 OK금융그룹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