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 최대어들이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으로 팬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고졸 투수 사상 10번째로 데뷔전 선발승을 거둔 황준서(한화 이글스·사진 가운데)에 이어 전미르(롯데 자이언츠·왼쪽)도 발 빠르게 프로 첫 승을 챙겼다. 퓨처스리그에서 재조정을 거치고 있는 김택연(두산 베어스·오른쪽)과 더불어 주목할 만한 새 얼굴로 떠올랐다.
전미르는 3일 경기 전까지 올 시즌 5차례 등판해 4⅔이닝 무실점 완벽투를 펼쳤다. 안타 1개와 볼넷 2개를 내주는 동안 삼진은 9개 잡아냈다. 선배 최준용 다음으로 많은 경기에 나서며 김태형 감독이 지휘하는 롯데의 새 필승 카드로 자리 잡았다.
전날 한화를 상대론 마수걸이 승리까지 올렸다. 7연승을 거두는 동안 평균 7.4점을 뽑았던 한화 강타선을 1이닝 무실점으로 묶었다. 0-0으로 맞선 7회말 선두타자 최재훈의 땅볼에 유격수 박승욱이 송구 실책을 저질렀지만 1사 1, 2루 위기에서 요나단 페라자와 채은성을 삼진과 투수 땅볼로 침착하게 돌려 세웠다. 이어진 8회초 손호영의 천금 같은 적시타가 0의 균형을 깨면서 전미르는 승리투수가 됐다.
경북고 시절 투수와 타자를 겸업하며 메이저리그 오타니 쇼헤이의 이름을 따 ‘전타니’로 불렸던 전미르는 지난해 9월 열린 2024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게 됐다. 빼어난 운동신경과 강한 승부욕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지명 직후 “(투수와 타자 중) 어딜 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던 그는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투수에 전념했다. 비록 지난달 17일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에서 4실점 난조를 보였지만 김 감독의 신임을 받으며 정규시즌에 돌입했고, 이에 빠르게 보답했다.
1순위 지명자 황준서도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전미르보다 이틀 앞선 지난달 31일 KT 위즈전에서 5이닝 3피안타 1실점 호투로 팀의 연승을 견인했다. KBO리그 역사상 10번째 고졸 신인 데뷔전 선발승이자 팀 선배 류현진 이후 18년 만의 대기록이었다.
담 증세를 보인 김민우의 대체 선발로 나선 황준서의 호투는 한화에 배부른 고민을 안겼다. 현재 선발 로테이션을 이루는 5명이 꾸준히 호투 중이기 때문이다. 마냥 퓨처스리그(2군)에 두긴 아까운 전력인 만큼 황준서의 적절한 활용 방안을 찾는 게 당면 과제다.
김택연은 개막 전 집중 조명을 받았다. 묵직한 구위를 앞세워 시범경기와 메이저리그 ‘서울 시리즈’ 연습 경기에서 두각을 나타낸 덕이었다. 정규시즌 첫 등판에서 1이닝 2실점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른 뒤 연달아 제구 불안을 노출하며 2군으로 향했지만, 재승격 시엔 두산 불펜의 한 축을 맡을 재목으로 꼽힌다.
송경모 기자 s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