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사실상 메모리 감산 종료 수순에 들어갔다. 인공지능(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등 D램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생산라인 가동이 정상화 단계에 들어가는 모습이다. 올해 2분기 D램 공정에 투입하는 웨이퍼 투입량도 상향 조정하면서 하반기 수요 회복에 대비하는 움직임도 포착됐다. 메모리 업황이 회복하면서 올 하반기 ‘반도체의 봄’이 찾아올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3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시작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업들의 감산 기조에 따라 D램 가격이 상승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PC에 범용으로 탑재되는 DDR5 범용제품(DDR5 16Gb 2Gx8) 고정거래가격은 지난해 4분기 4달러를 기록하며 전 분기(3.3달러) 대비 21%가량 올랐다. 올해 1분기에는 4.1달러까지 올랐고, 연말까지 가격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DDR4(DDR4 8Gb 1Gx8) 역시 지난해 4분기 1.6달러로 전 분기(1.3달러) 대비 가격이 반등했고, 올해 1분기 들어 1.8달러까지 상승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분기부터 D램 웨이퍼 투입량을 끌어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는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웨이퍼 생산량을 178만5000장으로 추정했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의 웨이퍼 생산량 전망치는 157만5000장으로 전년 동기(210만장) 대비 25%가량 낮은 수준이었지만, 2분기에는 전년 동기(189만9000장) 대비 비슷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하반기부터는 웨이퍼 생산량이 전년 대비 더 증가하는 궤도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3분기 전망치는 전년 동기(177만장) 보다도 11% 많은 196만5000장이다. 옴디아는 4분기에는 웨이퍼 생산량이 200만장을 넘기며 메모리 침체기를 벗어난다는 예측도 더했다.
SK하이닉스 역시 웨이퍼 투입량을 점차 늘릴 전망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114만장이었던 웨이퍼 생산량을 올해 1분기 117만장, 2분기 123만장, 3분기 129만장으로 늘릴 것으로 예측된다.
일반적으로 D램 웨이퍼가 공정에 투입되면 3개월쯤 지난 시점에 D램 제품이 출하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해 하반기 D램 실적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기업들의 감산 기조가 사실상 끝나간다고 받아들이는 중이다.
HBM 수요가 급증하면서 반도체 호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요 거시경제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열고 경제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은 “AI 확산에 따라 한국이 강점을 가진 HBM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반도체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한국의 수출과 투자가 늘어나는 반도체 장기 호황의 시나리오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놨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