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남자부 대한항공이 V리그 최초로 4연속 통합 우승 위업을 세웠다. 통합 4연패는 V리그 사상 유례가 없는 진기록이다.이로써 대한항공은 2020-2021시즌부터 올 시즌까지 1위 타이틀을 놓치지 않으며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왕조’를 구축했다.
대한항공은 2일 안산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V리그 남자부 챔프전 OK금융그룹과 3차전에서 3대 2(27-25, 16-25, 21-25, 25-20, 15-13)로 이겨 우승을 확정했다. 벼랑 끝에 선 OK금융그룹이 끈질기게 맞섰으나 뒷심을 발휘해 승리했다.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시리즈 전적 3전승으로, 지난 1, 2차전을 내리 이기며 확보한 100%의 우승 확률을 이변 없이 실현했다.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은 “오늘 정말 힘든 경기가 될 거라곤 예상했었다. 선수들 자체로 동기 부여가 있었기에 힘을 낼 수 있었다”며 “이 우승은 저한테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선수들을 비롯해 저희를 좋아해 주시는 모든 분의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봄 배구를 앞두고 들여온 ‘우승 청부사’ 막심(13점)이 이날은 고전했지만, 대한항공의 두터운 선수층이 빛을 발했다. 정지석(18점) 임동혁(18점) 정한용(10점) 등 토종 선수들이 힘을 내 승리를 견인했다. 정지석은 기자단 투표 31표 중 22표를 받아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OK금융그룹의 에이스 레오는 이날 챔프전 역대 다섯 번째 트리플크라운(33점·후위 5득점, 블로킹 5득점, 서브 5득점)까지 달성하며 만점 활약을 펼쳤으나 팀 패배를 막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마지막 세트에 가서야 갈릴 정도로 진땀 승부가 펼쳐졌다. 결국 마지막에 웃은 건 대한항공이었다. 레오가 3연속 득점에 성공하며 위기를 맞는 듯했던 대한항공은 다시 전열을 가다듬어 동점을 이룬 후 막판까지 팽팽한 시소게임을 이어갔다. 이후 정한용의 시간차 공격과 김민재의 속공으로 역전에 성공,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대한항공은 이번 우승으로 2010년대 초반 왕조를 구축했던 삼성화재의 기록을 넘어섰다.
삼성화재는 2011-2012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3연속 통합 우승을 기록했는데, 대한항공이 이를 뛰어넘었다. 대한항공은 통산 챔피언결정전 최다 우승 횟수도 5회로 현대캐피탈(4회)을 제치고 단독 2위로 올라섰다. 이 부분 1위는 삼성화재(8회)다.
안산=이누리 기자 nur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