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과일·채소값 안정, 혈세보다 근본 대책 절실하다

입력 2024-04-03 04:02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을 찾아 농축산물 유통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올해 1월 2.8%로 낮아졌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월에 이어 3월에도 3.1%를 기록했다. 두 달째 물가가 요지부동인 건 1년 전보다 40.9%나 오른 과일·채소 가격 영향이 컸다. 국민 과일로 통하는 사과는 2월 71.0%에서 88.2%로 상승률이 더 커졌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1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배도 87.8%로 1975년 1월 조사 시작 이래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정부가 최근 1500억원의 긴급재정을 투입해 21개 품목의 납품단가 지원 및 할인에 나섰음에도 효과가 신통치 않다. 지난해 이상기온으로 발생한 공급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재정 투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음이 증명된 셈이다. 그런데도 윤석열 대통령은 어제 국무회의에서 긴급 농축산물 가격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가격이 오르면 자연스레 수요가 줄어드는 시장 원리를 무시한 채 재정만 쏟아부으면 과일값에 대한 착각을 일으켜 오히려 수요가 늘면서 가격을 다시 올리는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다. 재정 지원책은 일시적 수급난 해결책일 뿐 만병통치약이 될 수 없는 이유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2월부터 생산자 소비자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과수 산업 발전포럼을 통해 과수 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국산 과일의 고품질화를 통한 수출 증대에만 치중하고 가격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유통 개혁과 기후변화 대비책 마련에는 소홀히 했다. 지난해 이상기온 현상이 공급 부족과 과일값 폭등으로 이어졌지만 뚜렷한 대안을 내놓지 못했다. 검역을 완화해 외국 사과 배 등을 수입해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전문가들 조언은 무시한 채 혈세를 쏟아붓는 미봉책만 남발하고 있다. 소비자인 국민과 국가경제보다 농민 보호 명분만 앞세우기 때문 아닌가. 농식품부는 이제부터라도 과수 산업정책을 기후변화 대응 강화와 소비자 니즈 충족으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차제에 농산물 생산과 관리 등 전반에 걸쳐 근본 틀을 다시 짜야 한다. 햇과일 출하 때까지 사과 배 등에 대한 수입을 한시적으로 해제하는 방법 등 정책의 유연성도 발휘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