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인력 양성” “e스포츠 박물관 건립”… 약속 지킬까

입력 2024-04-02 20:59
게임 산업과 e스포츠를 살리자는 공약이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용을 들여다 보면 현장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게티이미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표심의 중요한 한 축이 된 ‘게임 세대’가 주목 받고 있다. 각 지역구 후보들은 ‘겜심’을 공략할 정책을 내놓으면서 젊은 유권자의 마음을 공략하고 있다.

21대 국회에서는 셧다운제 폐지, 확률형 아이템 정보 의무화 등 게임 관련 법이 잇따라 제정되면서 게이머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자연히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의원도 젊은 게임 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얻었다.

게임 산업 진흥에 적극적이었던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22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자 게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들은 크게 아쉬워했다. 하 의원과 이 의원에게 위로 메시지 보내기 운동이 벌어질 정도였다.

이번 총선에서 주요 정당들은 게임 관련 공약을 공약집에 적극 실었다. ‘국민의힘 제22대 국회의원선거 중앙 정책공약집’에서는 사용자(게이머·팬)에 친화적인 게임 및 e스포츠 환경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하면서 ▲불법 게임 핵 없는 공정한 게임 환경 구축 ▲게임·e스포츠 제도권 교육 강화를 통한 전문 인력 양성을 추진한다는 공약을 내놨다.

더불어민주당은 2일 게임중독 질병코드 제지, 인디게임 공공 플랫폼 활성화, 게임 뒷광고 규제를 공약으로 발표했다. 또 부산 지역을 e스포츠 성지로 육성하겠다면서 ▲e스포츠진흥재단 설립 ▲국제경기 유치 ▲레전드선수 기념관 및 박물관 조성을 약속했다.

개별 후보들의 게임 관련 공약은 좀 더 세밀하다.

엔씨소프트 전무 출신인 이재성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구을 후보는 다대동 e스포츠 테마 시티 조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민홍철 경남 김해시갑 후보는 e스포츠 산업 육성 및 활성화를 위해 지역 대학과 연계한 e스포츠 체육관 건립 추진을 공약을 제시했다. 이 외에도 민주당 경기도당은 경기도 9대 공약에 경기도 e스포츠 전용경기장 리모델링, 프로·아마추어 e스포츠 대회 개최를 포함시켰다.

이수정 국민의힘 수원정 후보는 e스포츠 활성화를 위해 지역에 e스포츠 센터를 신설하고 관련 커리큘럼을 다루는 특성화된 교육기관을 만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종배 충주시 후보, 한무경 평택시갑 후보도 각각 e스포츠센터 설립, 글로벌 게임도시 조성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개혁신당의 경우 스포츠토토에 e스포츠도 종목에 추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전병헌 새로운미래 동작갑 후보는 즉각적인 게임 사이버테러 대응을 위한 시스템 및 법 제도 개선, e스포츠 연구기관 설립 등을 포함한 5가지 공약을 공개했다.

주요 정당의 이런 공약에 게임 업계에서는 아쉽다는 반응이다. 대부분의 공약이 이용자 보호, e스포츠 활성화 등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게임 산업을 진흥할 내용은 없다는 평가다. 일례로 확률형 아이템 규제법이 급하게 추진되면서 부작용이 속출한 문제에 대해 업계에서는 “규제를 명확히 하거나 완화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여기에 응답하는 정당이나 후보는 아직 없다. 정부는 국내 대리인 제도, 메타버스 가이드라인 수립 등 국내 게임사들에게 유리한 ‘게임산업 5개년 종합 진흥 계획’을 올해 초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기약 없이 미뤄진 상황이다.

19대 국회에서 게임 정책에 적극적이었던 한 관계자는 “양당의 공약을 살펴보면 위기에 처한 게임 산업에 활력을 줄 수 있는 획기적이거나 참신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면서 “최근 정부에서는 게임 이용자 보호를 강조한 규제책과 행정부 차원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규제로만 가다 보니까 균형추가 안 맞는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당장 표만 노리고 대중 연합적이고 근시안적인 정책을 내놓을 게 아니라 현장에서 빚어지는 부작용을 해소하는 현실적인 공약이 나왔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김지윤 기자 merr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