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전역에서 지난 31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사진) 총리의 사퇴와 조기 총선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하마스와의 전쟁이 6개월째 접어들었는데도 인질 협상 합의 등 구체적인 성과가 도출되지 않자 국민들의 인내심이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예루살렘 크네세트(의회) 건물 인근에 모인 10만여명의 시민들은 네타냐후의 즉각 퇴진과 인질 협상 합의를 외쳤다. 시위대는 의회 앞 시위를 나흘간 이어갈 계획이다. 텔아비브 등 다른 도시에서도 네타냐후 우파 연정의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가 진행됐다. 이날 시위는 개전 이후 최대 규모로 기록됐다.
시위대는 이번 전쟁의 목표인 하마스 절멸은커녕 가자지구에 억류된 100여명의 인질도 데려오지 못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분노를 표출했다. 인질 가족들도 시위에 동참했다. 현지 일간 예루살렘포스트는 “시위대의 목소리가 의회 내 회의실까지 들릴 정도”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민 분노가 임계점을 넘어 네타냐후 연정이 위태로운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간 하레츠는 “네타냐후가 이제 할 수 있는 건 끝없는 거짓말과 화를 내는 것뿐”이라며 “네타냐후는 이미 실패했고 지금이 그의 종말”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네타냐후에 대해 누적된 분노가 전쟁이 장기화하며 폭발했다. 시위 규모는 점점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전쟁 중인 이 시기에 선거를 치르게 되면 국가 기능은 마비된다”며 “하마스가 가장 바라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금 총선을 치를 경우 인질 협상이 6~8개월간 마비될 것”이라고도 했다. 사퇴와 조기 총선 요구를 일축한 것이다.
네타냐후는 회견 후 탈장 수술을 받았다. 1일 이스라엘 총리실은 수술이 성공적이었다며 총리가 양호한 상태라고 밝혔다. 네타냐후가 회복하고 업무에 복귀하기 전까지 야리브 레빈 부총리 겸 법무장관이 총리 직무를 대행한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