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HD현대 “年 20조 美 함정 MRO 시장 잡아라”

입력 2024-04-02 04:08
게티이미지뱅크

한화와 HD현대가 미국 해군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연간 20조원에 달하는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초석을 다지고 있다. 오너가(家)인 김동관 한화 부회장과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은 미 해군의 초청을 받아 이달 중 미국 출장길에 오를 지 관심사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오션은 지난달 28일 미국 법인 ‘한화오션 USA 홀딩스’에 1818억원의 유상증자를 하기로 했다. 한화오션 USA는 지난해 12월 설립됐고, 한화오션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친환경 에너지, 방위산업, 조선소 인수 등 다양한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한화오션이 미 해군의 MRO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법인을 세운 것으로 본다. 한화오션은 지난해 5월 대우조선해양에서 재출범한 뒤 특수선 MRO 조직을 신설했다. 특히 잠수함 부문 MRO 사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역시 미 해군 MRO 사업 진출을 위해 북미 지역 조선소 인수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미 해군 함정 MRO를 위한 자격인 ‘MSRA(Master Ship Repair Agreement)’를 신청했고, 올해 초 실사까지 마쳤다.

HD현대중공업은 아시아 지역에서도 MRO 사업을 펴고 있다. 2022년 필리핀에 군수지원센터를 설립하면서 국내 함정 건조 업체 최초로 해외 MRO 사업에 나선 바 있다.

규모가 수십조원에 이르는 MRO 시장은 K-조선의 또 다른 먹거리로 기대된다. 시장조사 업체인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77조9200억원에서 2029년 85조8200억원 수준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미국 시장 규모만 연간 약 20조원에 달한다. 미국은 일부 MRO 물량을 해외 업체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카를로스 델 토로 미 해군성 장관은 최근 “아시아 전역에서 미 해군 함정 수리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상황에서 이달 중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미 해군 초청으로 미국을 방문할 지 주목된다. 지난 2월 두 회사 조선소를 찾은 델 토로 장관에 대한 답방 차원이다. 토로 장관은 지난 2월 27일 울산 동구 HD현대중공업 조선소와 경남 거제시 한화오션 조선소를 잇달아 방문했다. 울산에선 정 부회장이 함정 사업 현황과 기술력을 소개했다.

평소 절친한 사이로 알려진 김 부회장과 정 부회장은 최근 들어 사이가 서먹해졌다. 그동안은 두 그룹 간에 겹치는 업종이 없었으나 한화오션 출범 이후 조선업, 특히 함정 부문에서 사사건건 부딪치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미국 출장 일정이 겹칠지는 불투명하다. 한화 관계자는 “현재까지 김 부회장의 미국 출장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HD현대 관계자는 “미 해군성 장관과의 미팅은 현재 계획된 바 없다”면서도 “다른 업무로 미국에 간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m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