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초대교회인 시절, 부흥을 이끌었던 전도부인이 집중 조명됐다. 전도부인은 구한말 선교 개척기에 한국 여성들에게 선교사의 생각을 전해주며 목회자의 조력자 역할을 한 여성들을 말한다. 여성 목사 안수와 관련해 여성 사역자들의 요구가 거센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동 총회(총회장 오정호 목사) 소속 단체인 교회갱신협의회(교갱협·대표회장 김성원 목사)가 변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교갱협 여성위원회(위원장 오영숙)는 1일 서울 용산구 후암교회(박승남 목사)에서 ‘초기 한국교회 여성의 위치와 역할’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양현표 총신대 신대원 교수는 “여성이 없었다면 오늘의 한국교회는 없었을 것”이라며 “초기 교육받은 기독교 여성의 활동이 없었다면 복음전파부터 사회개혁과 독립운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한국에 복음을 전한 선교사도 여성이 많았다. 1884년부터 1945년까지 약 60년 동안 여성 선교사 수는 1529명이었다. 전체 선교사의 63%에 달한다. 여성 선교사들은 당시 한국 여성을 무지로부터 탈출시키기 위해 여성 교육에 매진했다. 여성을 위한 각종 교육기관, 성경공부반, 성경학교가 이때 세워졌다.
교육을 통해 기독교 신여성이 등장하는데 다수가 전도부인으로 활동한다. 휘장을 치고 세례를 받았던 전삼덕, 평양의 전도부인 김세지 등이 대표적이다. 전도부인은 집 밖 활동이 자유롭지 않았던 여성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교사이자 말씀을 설명하는 교사 역할을 했다. 문맹퇴치운동, 농촌계몽운동, 금주금연운동, 절제운동, 애국운동, 국채보상운동 등도 이들의 업적으로 꼽힌다.
교회 안에서도 전도부인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오늘날 예장합동을 비롯한 여러 개신교 교단이 여성에게 목사 안수를 제한하는 등 사역의 한계를 두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양 교수는 “전도부인은 교회를 순회하며 설교를 했고 교회학교를 비롯해 교회 자치회 심지어 사경회까지 인도했다”며 “이를 통해 초기 한국교회에서 여성의 역할이 오늘날과 다르게 거의 무제한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영숙 교갱협 여성위원장은 “현재 교회 내 여성의 역할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소망하며 세미나를 마련했다”며 “최근 교단(예장합동) 내에서 여성 목사 안수를 주지 않으려고 ‘동역사’라는 직책을 만드는 것에 대해 우리 여성위원회는 반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