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니어그램'. 사람을 9가지 성격으로 분류하는 성격 유형 지표이자 인간 이해의 틀이다.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고 성격의 변화를 유도하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를 기독교사들에게 가르치는 이가 있다. 좋은교사 에니어그램코칭연구회의 한병복(60) 코치다.
한 코치는 매주 기독교사들을 만나 이들이 자신을 관찰·분석하고 나아가 자신의 성격을 내려놓는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이전의 성격을 버리고 새로운 사람으로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제자로 살아가게 하는 것을 도모한다.
“하나님 형상대로 만들어진 각각의 사람들의 마음에 관심이 많았어요. 같은 상황에서도 누구는 슬퍼하고 누구는 화를 내고 누구는 두려워하는데, 왜 그런지도 알고 싶었습니다. 성격에 대한 이론은 참 많지만 에니어그램은 심리에서 ‘영성’까지 이를 수 있는 학문이기에 사람들이 과연 어떻게 영성까지 갈 수 있는지도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한 코치가 지난달 말 국민일보와 만나 꺼넨 얘기다. 그에게 교사들은 평생 학생들을 가르치고 위로해 왔지만 정작 가르침과 위로를 받아야 하는 존재들이기도 했다. 학교 현장과 가정 등에서 끊임없이 내면의 갈등을 겪기 때문이다. 한 코치의 에니어그램은 교사들의 필요충분조건을 채워주는 것이었다.
그동안 학생, 학부모들과의 관계 문제로 교사라는 직업에 회의감을 갖고 있던 한 교사는 에니어그램 훈련을 받은 뒤 감사함으로 교사 직분을 감당하게 됐다.
부부 관계가 녹록지 않아 이혼까지 생각했던 또 다른 교사는 에니어그램으로 내면 훈련을 한 뒤 건강한 부부 관계를 형성할 수 있었다. 자신과 다른 성향의 자녀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훈련을 통해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상태가 됨으로써 삶이 감사로 바뀐 교사도 있었다. 부모와의 관계가 틀어져 있었는데 이 훈련을 통해 관계가 회복됐다는 교사의 경험담도 있다. 이들은 삶의 개선과 더불어 과거 대비 더욱 단단한 신앙까지 갖게 됐다.
“제일 중요한 것은 자신의 성격을 알고 그 성격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그렇게 하려면 최소 2~3년 간 마음을 보면서 훈련을 해야 합니다. 2010년 여름 기독교사 대회 때부터 좋은교사운동과 훈련을 했는데 7년 이상 이어온 교사가 20명이 넘고 3년 이상 7년 이하인 교사는 10명이 넘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뒤에도 매주 주일 예배를 드리는 것처럼 오랜 기간 마음을 보면서 훈련을 해야 자신의 성격에서 벗어나 주님의 도를 따라가는 건강한 제자의 삶을 누릴 수 있습니다.”
한 코치는 에니어그램과 관련된 유익한 책을 번역하고 소개하는 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미 11권의 영어책을 번역했고 현재는 뜻이 맞는 목회자와 함께 12번째 책에 대한 공동번역 작업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이달 중 출간될 예정이다. 또 그동안 가르침을 줬던 교사들과 함께 ‘교사 속마음’이라는 책을 집필 감수하기도 했다. 이 같은 책 작업은 한 코치가 스스로를 훈련시키는 과정이기도 하다.
“책을 번역 집필하면서 간혹 나의 패턴을 마주할 때 많이 울면서 회개했습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야 하는데 성격에 잡혀 사는 것이 너무 많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긴 여정에서 제가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려고 건강하게 변화하는 모습이 가장 의미가 있습니다.”
한 코치는 3대째 믿는 가정에서 태어났고 교회 안에서 성장했다. 독실한 할아버지는 유명한 독립운동가였다.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것은 미국에서 대학을 다닐 때였다.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하면서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제자가 되길 소망했다. 그 소망은 현재 기독교사들에 대한 에니어그램 훈련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한 코치가 간절히 바라는 소망은 또 있다. 에니어그램 훈련이 한국 교계에도 널리 전파됐으면 하는 것이다. 교계 사역에 이것이 접목된다면 상당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에니어그램은 선한 도구가 될 수 있어요. 하나님의 제자로 살아가기 원하는 분들이 자주 고꾸라지는 패턴에서 벗어나는 길을 알려줄 수 있으니까요. 현재 일부 교회에서 에니어그램이 활용되고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너무 먼 상황입니다. 많은 교회와 목회자들이 이것에 주목했으면 합니다. 목회자의 책임있는 지도 아래 교회에 에니어그램이 건강하게 정착돼 잘 활용될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