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통신장비 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순수익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내 ‘애국 소비’ 기조와 함께 막대한 연구·개발(R&D) 투자가 호실적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화웨이는 지난해 연간 매출액 7042억 위안(약 130조8000억원), 순수익은 870억 위안(약 16조1600억원)을 기록했다고 지난 29일 발표했다. 순수익은 전년(356억 위안) 대비 2배 이상, 매출은 10% 가까이 늘었다. 순수익은 2021년(1137억 위안)보다는 적지만, 전년 대비 증가율로 따지면 2006년 이후 가장 컸다.
이는 화웨이가 지난해 8월 말 중국에 출시한 5G 스마트폰 ‘메이트60 프로’ 판매 호조 덕분으로 풀이된다. 화웨이는 지난 2019년 미국 상무부의 거래 제한 기업에 오른 뒤 5G 칩을 공급받지 못했음에도 약 4년 만에 보란듯 메이트60을 출시했다. 이 제품에는 화웨이가 자체 개발한 모바일 프로세서(AP)가 탑재됐다. 당시 중국 정부가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외산 스마트폰 사용 금지령까지 내리면서 화웨이 제품 판매에 도움이 됐다.
화웨이는 지난해 스마트폰 사업 등이 포함된 소비자 비즈니스 부문 매출이 전년 대비 17.3% 증가한 2515억 위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구체적인 스마트폰 매출이나 판매량은 공개하지 않았다. 시장분석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메이트60 출시 한 달 만인 지난해 10월 화웨이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83% 급증했다.
업계에서는 화웨이가 그간 R&D에 자금을 쏟아부은 게 실적 개선에 영향을 줬다고 분석한다. 업계 관계자는 31일 “화웨이는 비상장사인 데다 중국 국영 기업도 아닌 만큼 R&D 투자를 보다 공격적으로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화웨이는 지난해 R&D에 1647억 위안(약 30조5900억원)을 투자했다. 연간 매출의 23%에 달한다. 유럽연합(EU)이 매년 발표하는 R&D 스코어보드에 따르면 지난해 화웨이의 R&D 투자 규모는 전 세계 기업 중 5위였다. 경쟁사인 애플이 4위, 삼성전자는 7위다.
화웨이 관계자는 “지난 10년간 화웨이가 R&D에 투자한 금액은 총 1조1100억 위안”이라고 했다. R&D로 스마트폰을 비롯해 통신장비, 클라우드 등 주요 사업의 기술력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평가다. 화웨이는 4월 초 차세대 플래그십 스마트폰 ‘P70’ 시리즈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