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 패권을 쥐기 위한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후발주자’들이 대대적인 투자로 역전을 노리고 있다. 아마존이 역대 최대 투자를 단행하며 AI 열풍을 이끄는 오픈AI의 대항마 육성에 들어갔다. 테슬라도 오픈AI의 생성형 AI GPT-4 성능에 근접한 자체 AI 챗봇으로 이용자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구글과 애플은 연합체를 구성하는 등 ‘춘추전국시대’에 버금가는 생존 경쟁이 이어질 전망이다.
3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아마존은 AI 스타트업 앤트로픽에 27억5000만 달러(약 3조7056억원)를 투자한다고 최근 밝혔다. 아마존 3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외부 투자다. 지난해 9월 밝힌 12억5000만 달러(약 1조6843억원)까지 더하면 누적 투자액은 40억 달러(약 5조3900억원)에 달한다. CNBC는 “AI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최대 규모의 투자”라고 평가했다.
앤트로픽은 오픈AI 출신 개발진이 2021년 창업한 회사다. 오픈AI가 개발한 생성형 AI 챗GPT를 뛰어넘는 성능의 ‘클로드’를 개발한 것으로 유명하다. 지난 4일에는 기초수학 등 능력에서 GPT-4를 능가하는 ‘클로드3’를 공개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오픈AI의 독주를 막을 유력주자로 앤트로픽을 꼽는다. 앤트로픽의 성장이 오픈AI의 AI 기술 독점화를 막을 대안이라는 것이다. 아마존으로서도 앤트로픽의 성장은 오픈AI와 긴밀한 지분 관계를 맺으며 AI 패권 경쟁에서 한발 앞섰다는 평가를 받는 마이크로소프트(MS)에 대한 일종의 ‘견제구’ 역할을 한다.
테슬라 수장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GPT-4 수준에 근접한 대형언어모델(LLM) ‘그록-1.5’를 지난 27일 발표했다. 지난해 11월 1.0 버전을 출시한 지 5개월 만에 업그레이드 버전을 내놓은 것이다. 추론 능력과 컨텍스트 창이 늘어난 것이 특징이다. 머스크 CEO는 오픈AI에 대항하기 위해 자회사 xAI를 설립하고 그록 개발에 들어갔었다. 머스크 CEO는 X(구 트위터) 이용자를 그록 이용자로 전환해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구글과 애플도 연합체를 구성해 MS와 오픈AI 견제에 들어갔다. 구글과 애플은 올해 말 구글의 생성형 AI 도구 ‘제미나이’를 아이폰에 탑재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협상이 성공하면 구글은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뿐만 아니라 아이폰까지 장악하면서 모바일 AI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게 된다. 블룸버그는 “AI 산업을 뒤흔들 블록버스터급 계약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MS와 오픈AI는 ‘1등 굳히기’에 들어갔다. 일반 대형 데이터센터보다 100배 많은 비용인 1000억 달러(약 134조7500억원)를 투입해 AI용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추진한다. 업계 관계자는 “프로젝트 규모로만 보면 다른 기업과의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