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의대교수들 외래 축소… ‘진료 공백’ 심화 우려

입력 2024-04-01 04:05
방재승 서울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서울대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총회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의과대학 교수들이 1일부터 근무시간을 축소하겠다고 밝히면서 의정 갈등으로 인한 진료 공백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더해 동네 의원을 운영하는 개원의들마저 진료 시간을 주 40시간으로 줄이기로 했다. 정부는 유감을 표하며 비상진료 대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지만 환자들의 불안은 더 깊어지고 있다.

방재승 전국 의대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 위원장은 31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필수의료를 하는 교수들은 당직이면 24시간 근무를 하고도 다음 날 아침부터 외래나 정규 수술을 쉬지 않고 하기 때문에 연속 36~48시간 근무를 하는 상황”이라며 “교수들 체력이 되지 않으니 당장 1일부터 24시간 근무를 하면 낮 12시간은 쉬고, 저녁 7시부터 다시 당직을 서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후 업무 가중으로 인해 교수들의 피로도가 쌓이고 있다. 전의비는 전날 20개 의대가 참여한 온라인 회의에서 한 대학병원 교수들의 업무시간이 주 60시간에서 최대 98시간에 이른다며 체력적 한계가 온 것 같다고 밝혔다. 다만 전의비는 교수별로 자율적으로 외래 진료량을 축소할 것을 권고했다.

의대 교수들은 주 52시간 근무 규정에 따라 진료시간 축소에 나서는 것이기 때문에 병원이나 정부가 제재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자율적으로 근무 축소를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40일 넘게 전공의 공백을 메워오면서 한계에 달한 교수들이 대부분 근무시간을 축소할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의대 교수들의 결정에 유감을 표하며 응급실 상황 등을 점검하고 비상진료 대책을 강화하기로 했다.

개원의들도 진료 축소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성근 대한의사협회 언론홍보위원장(여의도성모병원 교수)은 의협 비대위 회의 종료 직후 “그동안 움직이지 않았던 개원의들도 주 40시간 진료를 시작하기로 결론 내렸다”고 말했다. 다만 개원의의 경우 진료 시간 단축이 곧 병원 수익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동참할지는 미지수다.

의료계는 박민수 복지부 2차관에 대해서도 날을 세우고 있다. 방 위원장은 “박 차관 외에 다른 사람이 협상에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임현택 차기 의협회장 당선인은 앞서 요구한 ‘보건복지부 장·차관 파면’에 대해 “비대위 차원의 단어는 아니다”라며 “정부가 어떤 안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논의할 것”이라고 한발 물러섰다.

의정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한 채 의사들의 집단 행동이 길어지면서 병원마다 외래 진료와 수술이 대폭 줄어든 상황이다. 이에 환자들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전공의 및 교수들의 집단사직으로 인해 40일째 이어져 오고 있는 현재 사태는 환자들에게 엄청난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며 “양측이 사태 해결을 위해 전혀 양보하지 않으면 조만간 걷잡을 수 없는 다수의 환자 피해가 발생할 것이고, 그때는 누구도 책임질 수 없는 파국을 맞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