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주가가 연일 들썩이고 있다. 미국 대통령 선거가 7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일명 ‘대선 테마주’로 지지세력이 결집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소유한 SNS ‘트루스 소셜’을 운영하는 트럼프 미디어&테크놀로지 그룹(TMTG)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나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DWAC)과 합병 절차를 마치면서 ‘DJT’라는 새로운 종목명으로 거래되기 시작했다. DJ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이니셜이다.
이 종목은 우회상장 첫날부터 큰 폭의 변동성을 보였다. 이날 장중 58%까지 올렸던 주가는 16% 상승세로 마감했다. 27일은 14.19% 상승한 주당 66.22달러, 28일은 6.43% 하락한 61.96달러로 장을 마쳤다. 합병 전부터 뉴욕 증시에서 거래되던 DWAC 주가는 TMTG와 합병 소식에 올해만 연초 대비 254% 올랐다.
TMTG의 주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이는 회사 지분의 약 60%를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이 기업의 시가총액이 약 84억 달러(약 11조원)임을 고려하면 그의 지분 가치는 50억 달러로 추정된다. 지난해 10월 기준 재산 규모(26억 달러)보다 많다.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결집하며 주가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트루스 소셜은 2022년 2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직접 만든 SNS다. 한 해 전 미국 국회의사당 테러를 선동한 혐의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서 쫓겨났기 때문이다. 헤지펀드 그레이트 힐 캐피털의 토마스 헤이즈 회장은 TMTG를 “트럼프 지지에 대한 대리물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합주 조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을 지난 5개월 동안 꾸준히 앞서고 있다. 이에 트럼프 미디어에 동영상 관련 기술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럼블(RUM) 주가는 올해만 80%가량 올랐다.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 선거 캠프를 지원했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펀웨어(HUN)는 같은 기간 무려 1만1100% 폭등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지지율에 기반을 둔 주가 상승은 폭락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입소문을 타 유행처럼 투자하는 ‘밈 주식’(Meme Stock)은 결국 누군가 손해를 떠안는 폭탄 돌리기라는 지적이다. 미 플로리다대 재무학 교수이자 기업공개(IPO) 전문가인 제이 리터는 TMTG 주식의 적정 가치를 주당 2달러로 평가하고 “조만간 95%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트루스 소셜은 설립 이후 적자 운영을 이어가며 지난해 1~9월에만 1060만 달러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