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혼 관계 배우자에게 상속권을 인정하지 않는 현행법 조항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헌법재판소가 판단했다.
31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민법 1003조 1항 중 ‘배우자’ 부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를 최근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청구인 A씨는 사실혼 배우자인 B씨와 10여년간 동거하다 2018년 사별했다. 법원도 사실혼 관계를 인정했다. 갈등은 재산 상속 과정에서 불거졌다. 민법 1003조에 따르면 배우자도 사망한 사람의 부모·자녀와 같은 수준의 상속권을 갖고 법이 정한 만큼 재산을 물려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실혼이 아닌 법률혼 배우자만 권리를 인정받는다. 이에 따라 재산은 B씨 형제자매들에게 상속됐다. A씨는 재산 반환 청구 소송을 냈고, 헌법소원 심판도 청구했다.
헌재는 2014년에도 같은 조항에 대해 “명확성이 요청되는 상속과 같은 법률관계에서는 사실혼을 법률혼과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다”며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이번에도 “앞선 결정은 심판대상이 동일한 이 사건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달리 판단해야 할 사정 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A씨는 한쪽이 사망하고 남은 사실혼 배우자에게 재산분할청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입법하지 않은 것(부작위)도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법률의 부존재’를 다투는 것은 적법하지 않다며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각하했다.
다만 김기영 문형배 이미선 재판관은 “현행 제도에서는 사실혼 부부가 협력해 이룬 재산이 아무 기여도 하지 않은 상속인에게 모두 귀속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며 “입법 형성에 관한 한계를 일탈해 사실혼 배우자의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는 반대의견을 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