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용인시에 있는 삼성노블카운티는 ‘꿈의 실버타운’으로 불린다. 입주하면 삼시 세끼는 물론 전문 의료진이 건강까지 챙겨준다. 합창단 등 동호회 활동과 수영 등 체육 활동은 물론 미술 등 원하는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주변 산책로와 수시로 있는 음악회 등도 즐길거리다.
다만 목돈이 없는 이들에게 이곳은 ‘그림의 떡’이다. 전용면적 83㎡ 기준 보증금 6억4000만원을 내야 입주할 수 있다. 월 이용료도 1인 435만원, 2인 543만원 수준이다. 서울시내에 있는 실버타운보다 목돈이 덜 들어가는 게 그나마 위안이다. 서울 강남구의 더시그넘하우스는 비슷한 면적의 경우 보증금만 10억3000만원이다.
정부가 지난 21일 민생토론회를 통해 발표한 실버타운 대책도 접근이 쉽지 않다. 정부는 분양형 노인주택과 실버스테이, 헬스케어 리츠, 고령자복지주택 등 크게 4가지 유형을 도입 또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고급형 대신 보급형의 다양한 실버타운을 내놓겠다는 목적이지만 이 역시 한계가 보인다. 저소득층을 위한 고령자복지주택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의 목돈이 필요하기는 매한가지다. 정부 관계자는 “아무래도 보증금 등 일정 부분 목돈이 필요한 유형들인 것은 맞는다”고 설명했다.
고령자가 기하급수로 늘고 있는 한국의 실버타운 대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새로운 대책까지 내놨지만 중산층을 비롯해 다양한 고령층 수요를 맞추기가 쉽지 않다는 평가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지난 2월 기준 981만8975명으로 전체 인구의 19.1%를 차지한다. 통계청은 내년이면 이 수치가 20%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가 시작되는 것이다.
연령대별로, 보유한 자산별로 다양한 요구가 있을 수 있지만 한국 사회는 이에 응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삼성노블카운티 등 실버타운이라 할 수 있는 노인주거복지시설은 2022년 기준 308곳에 불과하다. 수용 가능 인원은 1만9355명으로 전체 고령자의 0.2% 수준에 그친다. 시설이 적은 이유는 다양한 형태의 실버타운이 설립되기 힘든 법적 규제와 무관하지 않다. 한국에서는 일본처럼 보험사가 보증금 없이 보험료와 월세로만 운영하는 ‘서비스 지원형 고령자 주택’과 같은 형태의 사업이 불가능하다. 정부 대책에도 이런 방식은 없다. 전국주거복지노인시설협회는 “시니어 타운의 양적 확대를 위한 법적 규제 완화 및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다양한 형태의 실버타운 또는 유사한 장년 서비스가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비스 형태의 부족이 사회적 비용을 부담하는 요양병원 수요를 늘리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고령화) 단계 단계마다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