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과 부활은 인류 구원을 위한 거대한 사랑과 자기희생의 대서사였다. 예수님께서는 죄인인 우리를 위해 인간의 몸으로 가장 낮은 곳을 통해 세상에 오셨다. 또 온갖 박해와 고난을 피하지 않고 십자가에 못박히시는 희생을 몸소 실천하셨으며, 죽음 앞에서 흘리신 보혈로 인류가 새 생명을 얻을 수 있게 해주셨다. 우리가 부활의 기쁨을 만끽하기에 앞서 경건한 마음으로 예수님의 인류를 향한 가없는 사랑과 희생의 정신을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전 세계가 어제 사망 권세를 이기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찬양했다. 한국 교회도 71개 교단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명성교회에서 ‘부활, 생명의 복음 민족의 희망’이라는 주제로 연합예배를 드렸다. 윤석열 대통령은 예배에서 “우리 내부 갈등이 점차 극단으로 치닫고 있고 북한의 위협 등 나라밖 사정도 밝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수님께선 부활을 통해 인류를 죄에서 해방시키는 무한한 사랑을 보여주셨다”며 “모두가 진정한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사랑과 연대의 정신을 실천하는 게 부활의 참뜻을 이뤄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개신교 연합기관 한국교회총연합도 부활절 메시지에서 “부활 신앙을 회복해 하나님 사랑을 실천하며 이 땅에 선한 이웃이 되고 믿음의 본, 희생의 본, 섬김의 본으로 하나 되자”고 당부했다. 무한한 사랑이라는 부활의 정신이 곳곳에 넘치게 하고, 믿음·희생·섬김의 자세로 내 주변을 품어야 한다는 공통된 메시지인 것이다.
이번 부활절은 4·10 총선 기간에 맞이하게 됐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정치적 대립이 극심하다. 상대 진영의 말은 아예 들으려 하지 않고, 우리 편이 아니면 무조건 배척하려고만 한다. 상대를 비판하는 언어는 품격을 잃고 점점 흉기처럼 변해가고 있으며, 설령 상대가 이긴다고 해도 흔쾌히 승복하지 않겠다는 태도도 만연해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우리는 부당한 미움과 탄압, 가장 가까운 이들의 배신마저도 사랑과 용서로 품으시고 자기희생으로 생명과 평화를 선물해주신 주님 부활의 참뜻을 곱씹어야 할 것이다. 또 부활로 새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었듯, 선거 기간 타인을 인정하고 공존의 정신을 되새겨 선거 후에는 우리 사회가 갈등을 이겨내고 똘똘 뭉치는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지금 이 순간에도 우크라이나-러시아와 이스라엘-하마스의 전쟁터에서는 무고한 어린이들을 포함해 숱한 사람들이 소중한 목숨을 잃어가고 있다. 두 곳을 포함해 지구상의 모든 전쟁과 갈등의 현장에 속히 평화가 깃들어야 할 것이다. 부활이 곧 생명이듯, 이들 비극과 죽음의 땅이 다시 생명의 충만함으로 채워지고 평화의 땅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