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양문석 경기안산갑 후보가 서울 강남 아파트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대학생 딸을 앞세워 11억원을 대출받은 것은 일반 서민들을 허탈하게 만든다. 소득이 없는 20대 학생을 개인사업자로 둔갑시켜 거액을 대출받는다는 걸 일반인들은 상상하기 어렵다. 양 후보는 이런 대출이 ‘업계의 관행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개인사업자가 대출자금을 부동산 구입에 활용하는 것은 엄연한 ‘용도외 유용’에 해당한다. 적발되면 대출금은 회수된다. 돈을 빌려준 새마을금고가 금융감독원이 아닌 행정안전부의 감독을 받고 있다고 하더라도 준수해야 하는 규정이다. 더구나 양 후보의 딸은 경제 활동을 한 적이 없다.
양 후보가 36억원을 주고 서울 서초구 잠원동 아파트를 매입한 2020년은 문재인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그해에만 6차례 발표할 만큼 투기 광풍이 불던 시기였다. ‘영혼을 끌어모아서라도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야 한다’는 뜻의 ‘부동산 영끌’이란 말이 유행할 만큼 아파트값이 폭등했다. 당시 정부는 시가 15억원 초과 주택의 담보대출을 금지시켰다.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었던 양 후보는 정부의 대출규제를 피해 일단 대부업체의 돈 등을 빌려 이 아파트를 매입했다. 양 후보는 8개월 뒤 딸의 이름으로 새마을금고 대출을 받아 이자가 비싼 대부업체 돈 을 갚았다. 정부 시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동산 영끌에 나선 양 후보의 행태는 공직자의 자질을 의심케 한다. 그는 5년 전 민간인 시절에는 방송에 나와 가계 부채 억제를 위해 대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자신이 강남 아파트를 매입하기 전이다. 내로남불의 전형이다.
금감원은 매년 부정 대출을 막기 위해 용도외 유용 사례를 단속한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런데 유독 양 후보의 딸만 대출심사와 사후실사에서 적발되지 않은 행운을 누린 건지, 금융계에 감독 당국을 비웃는 규제 사각지대가 광범위하게 존재하고 있는 건지 진상을 밝혀야 한다.
무엇보다 양 후보의 공천을 밀어붙인 민주당 지도부에 부실 검증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는 과거 칼럼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한 전력 등으로 공천 과정에서부터 논란이 일었던 인물이다. 이번엔 부동산에 예민한 유권자들을 자극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사안을 심각하게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