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시대’는 김병삼(60) 만나교회 담임목사가 다음세대를 대신해 제안한 개념이다. 다음세대에 관한 관심에 묻혀 자칫 다가오는 다음시대를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런 제안을 한 이유다. 추상적인 다음세대가 아니라 저출산과 고령화, 결혼과 출산, 양육 문제를 한 데 묶는 종합적 고민과 대책 마련이 다음 시대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는 게 김 목사의 지론이다. 그는 이런 고민을 통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교회의 새로운 길을 열어나갈 수 있다고 봤다. 국민일보는 축소사회 홀리브리지 ‘하나님의 선물 아이좋아 시즌2’를 시작하면서 지난달 26일 경기도 성남시 만나교회에서 김 목사와 대담을 갖고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박차고 나가야 할 한국교회의 방향과 목회적 여정에 대해 들어봤다.
대담=이명희 종교국장
-‘다음시대’에 방점을 두고 있다. 교회 안 특정 세대에 관심이 집중되는 걸 지양하자는 의미로 읽히는데 정확히 어떤 뜻인지 궁금하다.
“한국교회 안에서 널리 사용되는 다음세대는 얼핏 들어도 어린이나 청년에게 초점을 맞춘다는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교회에는 다양한 계층과 세대가 섞여 있다. 특정 세대에 대한 고민만으론 교회 공동체의 건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본다. 결국 세대가 아닌 시대가 문제라는 데 깊이 공감하게 됐다. 다양한 세대를 목회적으로 품고 함께 다가올 시대를 대비하자는 얘기다. 코로나 이후 적지 않은 교회들이 ‘젊은이가 전보다 늘었다’고 한다. 실상은 그렇지 않다. 팬데믹 기간 고령층이 유튜브에 적응하면서 교회 출석률이 낮아지다 보니 상대적으로 젊은이가 늘어난 것처럼 보일 뿐이다. 착시 효과다.
결국 고령 교인의 소외가 심각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교회 내 소외된 이들이 또 고령층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살펴야 할 세대가 늘 있다. 팬데믹 이후 바로 지금이 기회다. 이 시기를 놓치면 공동체를 한 데 품는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든다. 다음시대는 이런 현실을 반영해 나온 개념이다.”
-많은 전문가가 ‘탈 기독교 시대’의 도래를 전망한다. 기독교를 벗어나려는 이유가 뭘까. 더불어 이럴 때 교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최근 ‘탈기독교시대 교회’라는 제목의 책을 읽고 있다. 미국 사례이기는 해도 의외로 교회를 떠난 교인 중 돌아오려는 비율이 높다는 걸 알게 됐다. 저자는 떠난 걸 절망하지 말고 돌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데서 희망을 찾자고 제안했다. 교회로 돌아오는 건 결국 관계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나를 다시 초청할 친구가 있거나 배우자가 교회 출석을 권하는 경우다. 또한 집 근처에 좋은 교회가 있을 때도 마찬가지다. 결국 복음 안에서의 관계에 해답이 있다. 이 같은 시대 변화에 주목해야 교회가 새로운 목회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우리 교회가 올해 창립 44주년 됐는데 최근처럼 교회학교 학생이 많았던 때가 없었다.
비결은 팬데믹 이전에 했던 ‘친친 데이’였다. 교회 안에 친구를 만나게 해 주는 것이었다. 친구가 생기니 우선 억지로 교회에 나오는 아이들이 현저히 줄었다. 무엇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교회를 그리워하던 아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또래 집단이 만들어지면서 교회학교 체질이 건강해졌다. 청년부도 두 달 사이에 500명이나 늘었다. 이들은 최근 교회가 적극 시도하고 있는 소그룹에 열광하고 있다. 가칭 ‘오픈 소그룹’으로 부르는데 자발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자유롭게 참여하는 게 핵심이다. ‘평양냉면 먹기’ 모임도 있다. 청년들은 관심사에 따른 이런 소그룹을 선호한다. 여기에 기반해 최근 교회는 애플리케이션을 만들어 전 세대로 소그룹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교회 안에서 청년과 노년층 교인들 사이의 만남이 활발하다고 들었다.
“그렇다. 앞서 말한 것처럼 교회학교와 청년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노년층이 소외됐다. 팬데믹을 지나면서 교인들의 편의를 위해 운영하던 순환 버스를 모두 중단했는데 그러다 보니 어르신들이 새벽에 교회 나오는 게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번 특별새벽기도회 때 청년들이 어르신 카풀 지원을 했는데 반응이 뜨거웠다. 청년과 어르신들 모두 너무 좋아한다.
이를 통해 각박한 경쟁 속에 사는 청년들이 오히려 큰 위로를 받았다고 한다. 어르신들은 청년들을 위해 도시락도 싸주시고 몇몇 분은 기름도 넣어 줬다고 들었다. 어르신들은 청년들을 집으로 초대해 ‘집밥’을 대접하기도 한다. 어버이주일에는 ‘친구 만나기’ 행사도 했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이 교회에서 친구를 만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또한 청년들이 어르신 가정을 직접 방문해 모시고 왔다. 젊은이들은 어르신들의 사랑을 받아 좋고 어른들은 위로 받아 좋은 일이다. 더불어 청년들을 각 위원회 결의 구조에 참여시켜 책임 있게 교회 생활을 하도록 했다. 청년들을 소모품인 것처럼 취급하는 일부의 정서를 극복하려는 조치다.”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교회 안에 ‘올드(old·구식의)’한 부분들이 있다. 이같은 문화를 바꿀 방안은 없을까.
“국민일보가 해마다 개최하는 ‘국민미션포럼’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번에는 분야별 강의나 간담회 같은 소그룹 세미나도 마련하면 어떨까 제안한다. 이번 포럼에선 다음 시대를 목회와 가정, 사회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다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목회에 대한 고민과 교회 공간에 대한 개선 방안 연구, 교회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에 대해 논의하는 장이 펼쳐지길 바란다. 한국교회가 ‘토요 예배’나 ‘새벽·저녁 부부 성경공부’ ‘이주민과 함께 드리는 예배’ ‘소그룹 확대’ 등을 주제로 함께 고민했으면 한다.”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오히려 ‘가정이 살아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가정을 주제로 설교할 때 굉장히 어려움을 느낀다. ‘어떤 가정’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지를 정하기부터 까다롭다. 부모와 자녀로 구성된 전통적인 가정 개념 말고도 다양한 가정이 있다. 혼자 사는 이들이나 자녀가 없는 가정 등이다. 이들을 다 품어야 하는 게 목사의 사명이다.
그래서 어렵다. 교회가 가정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바꿔야 할 것 같다. 전통적인 가정 사역에서 벗어나 새로운 접근을 통해 모든 가정에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출산도 그렇다. 교회가 안전망을 제공할 방법도 있겠으나 이는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 정책이 뒷받침 돼야 뜻하지 않은 어려움이 생기지 않는다. 교인들이 아이를 돌보다 자칫 다치는 일이라도 발생하면 후폭풍을 교회 스스로 감당하기 어렵다. 이런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민해야 한다.”
-국민일보가 ‘하나님의 선물 아이좋아 시즌2’ 시리즈를 시작한다. 교회의 역할과 과제가 많을 것 같은데.
“자녀를 낳기 어려운 환경 때문에 출산을 포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양육비 뿐만 아니라 사교육에도 큰 돈이 들어가는 걸 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경쟁에 밀리지 않게 하려고 사교육에 관심을 가지는데 자녀에게 선택권을 줬으면 한다. 신앙 중심으로 자녀를 기른 우리 부부도 원하면 학원에 보냈지 찾아서 보내지 않았다.
어려운 얘기지만 부모가 내려놔야 길이 열린다. 자녀는 재능 따라 자라는 것이다. 양육은 어렵다. 그래도 그 안에 기쁨이 가득하다. 경험하지 못한 분들께는 무척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기르면서 느끼는 기쁨의 크기는 상당하다. 교회는 자녀를 낳으면 충분히 축복해주고 이런 축복 분위기가 교회 공동체 안에 가득해야 한다. 교회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부분이다.”
성남=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