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 ‘3040’ 예배 부서 조직… ‘신앙의 중추’ 잘 세워가

입력 2024-04-01 03:06
곽승현 거룩한빛광성교회 목사가 최근 경기도 고양의 교회 목양실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거치며 겪은 목회 경험담을 풀어놨다. 곽 목사는 3040예배 부서에 공을 들였더니 예배 분위기가 살아났다고 전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제공

2019년이었다. 당시 곽승현(51) 목사는 40대 중반이라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거룩한빛광성교회 2대 담임목사로 청빙됐다. 정성진 은퇴목사의 바통을 이어받은 그로서는 대형교회라는 규모보다도 교회의 독특한 철학을 이어받을 수 있을지가 의문이었다.

‘내가 죽어야 교회가 산다’는 목회철학을 배경으로 세워진 거룩한빛광성교회는 기존 교회들과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교회는 6년마다 실시하는 담임목사 신임투표제를 비롯해 담임목사·장로 65세 정년제와 가용 예산의 51%를 구제와 선교에 사용하고 헌금명세서와 회계보고서 공개를 통한 투명성 실현 등 파격적인 교회 개혁모델을 제시해왔다. 이 같은 공약들을 실천하며 건강한 대형교회로 성장했기에 그 후임을 맡는다는 건 여간 큰 부담이 아니었다.

코로나 팬데믹, 디딤돌이 되다

“제가 옆에서 봐 왔던 정성진 목사님은 한국교회 개혁을 위해 조기 은퇴와 분립개척 등을 앞장서서 실천하셨습니다. 교계의 거목이라 일컬어지는 정 목사님의 사역을 이어간다는 것 자체가 제게 굉장히 부담이었죠. ‘내가 그 목회를 이어서 잘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지우기 위해 늘 기도하고 공부했습니다.”

최근 경기도 고양에 있는 교회 목양실에서 만난 곽 목사는 청빙 당시 심정을 이렇게 회고했다. 정 은퇴목사가 일궈왔던 사역들을 이어가기도 바빴던 부임 초기, 그에게 비보가 들려왔다. 청빙된 이듬해 코로나 팬데믹이 찾아온 것이다. 곽 목사는 “코로나 19를 거치지 않았다면 교회가 영적으로 성숙할 기회는 없었다”며 “이 기간은 제 목회 인생과 교회의 큰 디딤돌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배경에는 교회만의 독특한 예배가 있었다.

이름은 ‘원텐텐 가정예배’. 일주일에 한 번, 밤 10시에 10분 동안 온 가족이 모여 예배를 드리는 것이다. 곽 목사는 “코로나 19로 야외 활동이 줄어들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는 현실을 보며 성도들에게 제안했다”며 “매주 온라인으로 가정예배 순서지와 영상 콘텐츠 등을 올려 드리면 가정에서 그 순서지에 따라 예배를 드리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거룩한빛광성교회 원텐텐 가정예배 후기란을 살펴보면 팬데믹이 극심했던 2020~2021년 당시 후기가 2000건을 훌쩍 넘어간다. 기독교인 10명 가운데 8명은 가정예배를 드리지 않고 있다는 통계를 고려할 때 원텐텐 가정예배는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교회의 기부 문화도 코로나를 거치며 정착됐다. 교회는 기부하는 날을 ‘플로잉 데이(Flowing Day·흘려보내는 날)’라고 명명하고 주요 교회절기(부활절·맥추감사절·추수감사절·성탄절)에 들어오는 감사헌금 전액을 지역사회의 도움이 필요한 곳에 흘려보내는데, 모두 취약계층에 돌아갔다. 곽 목사는 “이는 팬데믹 때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이다. 비록 그 기간 힘들었을지언정 우리 교인들과 저에겐 큰 자부심이자 자랑”이라고 밝혔다.

낮은 자를 환대한 예수님처럼

교회는 취약계층 사역에 관심이 많다. 발달 장애를 가진 이들을 돌보는 사랑부를 비롯해 농인부와 탈북민부 등으로 세분화해 전문 교역자들을 연결하고 있다. 사랑부 같은 경우엔 사랑 어린이부와 사랑 청소년부, 사랑 청년 1·2부로 세대를 나누어 목회적 돌봄을 나눈다. 농인부는 지난해 ‘제2차 농인 성경 골든벨’을 열고 부산과 경기도 평택과 충북 청주 등 전국교회 38곳의 농인 100여명을 섬기기도 했다.

곽 목사는 “지역 안에는 건강한 사람만 있지 않다. 건강과 모종의 이유로 소외된 사람들이 많다”며 “교회가 이렇게 어려운 이들을 보듬고 공동체를 만들어주는 게 교회의 역할이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최근 한국교회 문제로 떠오르는 3040세대도 교회의 관심 대상이다. ‘신앙의 중추’지만 교회 이탈률이 가장 높은 3040세대만을 위해 ‘3040 조이풀 장년부’란 예배부서를 만들기도 했다. 올해로 3년 차가 된 장년부 예배엔 300명 넘게 출석하고 있다.

곽 목사는 “3040세대 대부분은 청년층에 있을 때도 헌신했던 분들이었다. 하지만 교회는 이들에 대한 배려가 없었다”며 “청년부 시절 교회에 헌신했던 리더십 20여명을 모았고 1년 동안 공을 들였다. 그러더니 이들을 중심으로 모임이 만들어졌고 예배가 살아났으며 3040세대에 활기가 돌게 됐다”고 설명했다.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지는 교회

거룩한빛광성교회는 흩어지는 교회를 꿈꾼다. 1~2년마다 교회를 분립개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난 1월엔 창립 28주년을 맞이해 29번째 분립개척을 했다.

“대형교회는 저희가 꿈꾸는 교회 모습이 아니에요. 오히려 지양합니다. 교회 규모가 커지면 오만해지기 쉽고 성도들과 지역을 섬기는 데 소홀해질 수도 있습니다. 교회는 세상을 섬기고 세상에 납작 엎드려 모두를 섬길 때 빛이 납니다. 저희는 흩어져 지역을 섬기고 어려운 이웃을 섬기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겁니다.”

고양=김동규 기자 k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