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가 10년 만에 재도입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사업장의 토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조원을 들여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물가 변동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2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정부는 6개월 연속 악성 미분양이 증가하고 ‘4월 위기설’ 등이 확산하는 등 최악의 건설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우선 37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한 악성 미분양은 CR리츠를 통해 해소한다. CR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운영하며 수익을 낸 뒤 시장이 회복되면 분양해 추가 수익을 내는 구조다. 정부는 CR리츠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중과 배제와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12%인 취득세율은 1~3%까지 낮아지게 된다. 혜택은 이날부터 내년 말까지 CR리츠가 매입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한해 적용된다.
양도차익 추가 과세 면제 등은 향후 미분양 주택 상황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추가 대책이 필요하면 LH 매입 확약 등 더 강화된 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LH는 PF 부실 우려 사업장의 토지를 매입한다. 토지 매입은 ‘역경매’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각을 희망하는 사업장에서 희망가격을 제시하면, 그중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사업장을 매입하는 식이다. 매입 상한 가격은 LH 등 공공시행자 공급가격 또는 공시지가의 90%다. 기업은 토지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 방식으로 다음 달 5일부터 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1차에서 2조원을 우선 시행하고 7월 중 1조원 규모를 추가 공고한다. 정부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도 이 같은 방식으로 각각 2조6000억원, 7200억원 규모의 PF 부실 우려 사업장의 매입을 진행했다.
공공공사 단가는 물가 상승분이 공사비에 적정하게 적용될 수 있게 물가 반영 기준 조정을 검토키로 했다.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관급자재를 변경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입찰 탈락자에게 지급하는 설계보상비 한도도 올린다.
물가 상승분이 이미 반영되고 있는 민간 부문은 분쟁 예방에 초점을 둔다. 분쟁 우려 시 전문가를 선제 파견하고 계약 전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의 사전검토를 받는 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공사 원가 상승으로 인해 민간이든 공공이든 곳곳에서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등 제도 개선이 매우 절실한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공공 건설비 현실화 정책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며 “직접 공사비 산정 기준이 이번에 더 현실적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강창욱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