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미분양 리츠가 매입… 3조 투입 부실 사업장 땅 사들인다

입력 2024-03-29 04:04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방의 악성 미분양 주택을 매입하는 기업구조조정 리츠(CR리츠)가 10년 만에 재도입된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우려 사업장의 토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3조원을 들여 매입해 유동성을 공급한다. 물가 변동을 공사비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도 정비한다.

국토교통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건설경기 회복 지원 방안’을 28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발표했다. 정부는 6개월 연속 악성 미분양이 증가하고 ‘4월 위기설’ 등이 확산하는 등 최악의 건설경기에 대응하기 위해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정책을 다시 꺼내 들었다.

우선 37개월 만의 최대치를 기록한 악성 미분양은 CR리츠를 통해 해소한다. CR리츠는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아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임대로 운영하며 수익을 낸 뒤 시장이 회복되면 분양해 추가 수익을 내는 구조다. 정부는 CR리츠 활성화를 위해 취득세 중과 배제와 취득 후 5년간 종합부동산세 합산 배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12%인 취득세율은 1~3%까지 낮아지게 된다. 혜택은 이날부터 내년 말까지 CR리츠가 매입한 준공 후 미분양 주택에 한해 적용된다.

양도차익 추가 과세 면제 등은 향후 미분양 주택 상황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추가 대책이 필요하면 LH 매입 확약 등 더 강화된 정책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LH는 PF 부실 우려 사업장의 토지를 매입한다. 토지 매입은 ‘역경매’ 방식으로 이뤄진다. 매각을 희망하는 사업장에서 희망가격을 제시하면, 그중 가격이 낮은 순서대로 사업장을 매입하는 식이다. 매입 상한 가격은 LH 등 공공시행자 공급가격 또는 공시지가의 90%다. 기업은 토지 매각대금으로 부채를 상환할 수 있게 된다.

정부는 이 방식으로 다음 달 5일부터 3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공급할 계획이다. 1차에서 2조원을 우선 시행하고 7월 중 1조원 규모를 추가 공고한다. 정부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도 이 같은 방식으로 각각 2조6000억원, 7200억원 규모의 PF 부실 우려 사업장의 매입을 진행했다.

공공공사 단가는 물가 상승분이 공사비에 적정하게 적용될 수 있게 물가 반영 기준 조정을 검토키로 했다. 공사비를 둘러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관급자재를 변경할 수 있게 허용하고 입찰 탈락자에게 지급하는 설계보상비 한도도 올린다.

물가 상승분이 이미 반영되고 있는 민간 부문은 분쟁 예방에 초점을 둔다. 분쟁 우려 시 전문가를 선제 파견하고 계약 전 한국부동산원 등 전문기관의 사전검토를 받는 식이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공사 원가 상승으로 인해 민간이든 공공이든 곳곳에서 갈등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등 제도 개선이 매우 절실한 상황에서 이번 정부의 공공 건설비 현실화 정책은 매우 환영할 일”이라며 “직접 공사비 산정 기준이 이번에 더 현실적으로 개선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강창욱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