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와 JB금융지주 정기주주총회에서 주주가 제안한 사외이사가 이사회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 두 기업은 일부 주주로부터 지배구조 문제 탓에 기업가치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주주 제안 이사를 허용한 KT&G와 JB금융지주 경영진은 과거와 다른 강도의 견제를 받게 될 전망이다.
28일 KT&G는 대전 인재개발원에서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KT&G 이사회가 추천한 내부 인사인 방경만 대표이사 사장이 선임됐다고 28일 밝혔다. 1998년 KT&G 전신인 한국담배인삼공사 공채로 입사한 방 신임 사장은 2015년부터 9년 동안 3연임에 성공한 백복인 전 사장에 이어 KT&G를 이끌게 됐다.
다만 방 사장 선임을 반대한 최대주주 기업은행이 추천하고 행동주의펀드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가 지지한 손동환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사외이사로 선임됐다. 손 교수는 2019년 부장판사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사건의 핵심인물인 건설업자 윤중천씨 1심 선고를 내리며 검찰의 미흡한 수사를 지적해 대중에 알려진 인물이다. 그가 이사회 진입에 성공하면서 KT&G 경영진은 주주들의 경영 감시와 간섭을 더 강하게 받게 됐다.
이번 KT&G 주주총회에서는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묶어서 한 사람에게 몰아 투표할 수 있는 집중투표를 시행했다. 대표와 사외이사 후보 등 3명 중 다득표자 두 명인 방 사장과 손 교수가 이사로 선임됐다. KT&G 이사회가 추천한 임민규 엘엠케이컨설팅 대표는 낙마했다.
이날 JB금융지주 주총에서도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후보 중 2명이 이사회 진입에 성공했다. 금융회사에 주주가 제안한 이사가 선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주 제안 후보인 김기석 크라우디 대표이사와 이희승 리딩에이스캐피탈 투자본부 이사가 집중투표에서 1, 2위 득표를 해 이사에 올랐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유 분산 기업의 경우 기존 경영진이 ‘셀프 연임’을 하는 등 지배구조상 문제가 있었다”며 “주주제안 후보들이 이사회에 더 많이 진출 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앞으로 자산총액이 2조원을 넘는 상장사가 한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할 경우 이사 후보 추천권이 있는 이사회 위원장의 차기 이사 선임을 반대할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개정안은 내년 3월 이후 열리는 주주총회부터 적용된다.
이광수 기자 g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