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20~30석 당락 의협 손에 달려 있다”

입력 2024-03-29 04:04

임현택(사진) 차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장 당선인이 28일 의협이 총선에서 20∼30석을 좌우할 수 있다며 의대 증원 2000명 백지화를 요구했다. 이 같은 정치적 발언에 의료계 내부에서도 의정 갈등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왔다.

임 당선인은 이날 한 언론 인터뷰에서 “의협 손에 국회 20∼30석의 당락이 결정될 만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며 “의대 증원에 대해 원점서 재논의하지 않고 의사에 대한 법적 처분을 감행한다면 총선 캠페인·총파업 등을 통해 투쟁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방송 인터뷰에서는 “의사에게 가장 모욕을 주고 칼을 들이댔던 정당에 궤멸 수준의 타격을 줄 수 있는 선거 캠페인을 진행할 것”이라고도 했다.

임 당선인은 정부와의 대화 조건으로 2000명 증원 백지화와 함께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2차관의 파면을 요구했다. 그는 “오히려 의대 정원을 지금보다 500명에서 1000명 줄여야 한다”는 주장도 이어갔다.

의료계에서는 이런 강경 발언이 대화가 필요한 현 상황에서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의협 내에서 신임을 받기 위해 내부 회원들의 무리한 주장을 만족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의협이 전 국민과 싸우는 모습이 아닌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 현 상황에 대해 정부와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우경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의협뿐만 아니라 어떤 단체든 지금은 중재 역할을 해야 한다”며 “전공의, 학생들이 복귀해 의료 체계가 정상화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는 의료계와 대화를 열어두면서도 조건부 대화를 요구하는 의협에 대해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 차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국제전자센터에서 열린 ‘제7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부가)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켜내고자 하는 것을 의정 갈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이것은 국민과 국민에게 특권적인 의사집단 간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또 의협의 총파업 예고에 대해 “국민을 걱정스럽게 만들고 있다”며 “현장에서 환자를 위해 묵묵히 일하는 대다수 의료진의 명예에 미치지 못하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