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층산’으로 유명한 토머스 머튼의 ‘성서란 무엇인가’

입력 2024-03-29 03:06

기독교 영성가이자 수도사, 문필가였던 토머스 머튼이 생전에 마지막으로 쓴 원고 중 하나다. 기독교 신앙의 원천인 성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다뤘다. 머튼은 자전적 일기인 ‘칠층산’으로 개신교에서도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은 그가 풀어내는 독특한 성서론이다. 개신교 작가들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필체와 표현이 많아 신선하게 다가온다.

그는 책 곳곳에서 성서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데 주력한다. 이를 위해 성서의 본질이 아닌 것부터 소개한다. 이를테면 성서는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명령하는 인위적인 체계가 아니다. 또 우리 삶의 일부에 관한 좁은 영역에 국한된 책도 아니며 세계와 인류 역사, 시간과 단절된 책도 아니다. 더욱이 성서는 현실은 닫아건 채 ‘거룩하고 독실한’ 이들의 영역에 갇힌 책도 아니다.

저자는 “성서는 실재하는 것 중 어느 하나도 배척하지 않는, 모든 존재에게 받아 마땅한 대우를 선사하는, 궁극적 의미를 부여하는 계시를 선포한다”며 “성서는 우리 각자의 사적 영역으로, 또 복잡다단한 세상 속으로 지고의 자유가 ‘뚫고 들어온’ 사건, 침입해 들어온 사건을 기록한다. 이 지고의 자유가 인간 존재의 근간이며 원천이고 인류 역사의 중심이다. 그 자유가 인류의 운명을 이끈다”고 일갈한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