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패악은 그 사회가 슬픔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 일기에 이런 문장이 수록돼 있다. 성숙한 사회는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세심하게 귀를 기울이는 사회, 그들의 목소리에 공감하고 연대하는 사회다. 그간 세월호 참사와 10·29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를 겪으며 사람들은 말했다. “살아 있음이 기적과도 같다”고. 이는 참사를 비껴갔다는 안도와 슬픔에서 비롯된 감정이기도 하지만 이제 우리는 안다. 반복되는 대형 참사 앞에서 무기력한 죄책감 뒤로 숨는 것이야말로 기억해야 할 목소리를 지우는 편리한 방법이라는 것을.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두 권의 책이 발간되었다. 한 권은 이제 20대 후반인 세월호 참사 생존자, 형제자매, 시민 등의 이야기를 담은 ‘봄을 마주하고 10년을 걸었다’이고, 다른 한 권은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의 10년을 담아 정리한 ‘520번의 금요일’(온다프레스)이다. 이 책은 우리가 기억해야 할 목소리를 ‘능동적인 주체’로 전환하도록 돕는 데 큰 의미가 있다. 책갈피마다 생생한 슬픔과 고통으로 점철된 목소리가 실려 먹먹한 심정으로 어렵게 책장을 넘겼다. 감히 헤아려 본다. 재난 피해자가 상처를 회복해 나가는 여정을 독려하는 이들의 용기가 없었더라면, 이 책은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을 거라고.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과 더불어 참사 생존자를 존중하는 태도는 어떠해야 하는지 돌아보게 만드는 책이다.
‘잊지 않겠다’는 말은 ‘오래 기억하겠다’는 말과 같다. 열 번의 봄이 오는 동안 청소년이었던 생존 피해자는 청년이 되었다. 참사 유가족들은 갑작스레 가족을, 친구를, 연인을 떠나보낸 채 살아간다. 사회적 참사를 기억하려는 노력은 사회적 가치관을 바로 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진정한 애도는 지워져 가는 목소리를 기억하는 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신미나 시인 겸 웹툰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