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8월 한국 정부는 ‘미라클 작전’으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391명을 카불에서 구출했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란 우리 정부의 아프간 공적개발원조(ODA)와 관련해 한국 기관과 바그람 한국병원 등에서 일한 현지 협력자들을 말한다. 이들은 미군이 철수한 후 아프간을 점령한 탈레반에게 처단될 위험을 피해 한국행을 선택했다.
한국 땅을 밟은 391명 중 157명이 울산에 정착했다. 아프간 난민이 이웃으로 온다는 사실이 발표되자 울산 동구 주민들에게 미라클 작전의 감동은 충격으로 바뀐다. 아프간 아이들이 자신의 자녀와 같은 학교에 배정되자 학부모들은 입학 반대를 요구하는 현수막을 들고 시위를 벌였다.
이 책은 울산에 삶의 터전을 꾸린 난민들을 이웃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의 이야기다. 책을 쓴 김영화는 1년간 울산과 인천을 오가며 아프간 가족들의 울산 정착기를 취재했다. 무슬림 이웃이 생긴다는 것을 두려워하고 불편해하던 주민들은 점차 변화해 나갔다.
지역 주민들이 아프간 이웃을 왜 반대했는지, 갈등을 어떻게 해결해 나갔는지 듣기 위해 김영화는 학교와 교육청, 지역 주민, 다문화센터 관계자 등 30여명을 인터뷰했다. 책에는 이질적인 두 문화권 사람들이 어떻게 공존하게 됐는지에 대한 노하우가 담겨 있다.
김영화는 울산 동구에서 확인한 것이 갈등의 ‘쓸모’라고 말한다. 반발이 거센 만큼 지역사회의 공적 에너지가 효율적으로 모일 수 있었고, 포용적 리더십의 중요성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책의 프롤로그에서 그는 “곧 다문화 사회에 진입하는 국내 현실과 불안한 국제 정세를 고려한다면 울산의 경험은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외지인의 이야기로 시작하지만, 그 끝은 한국인의 이야기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저자는 2018년부터 시사주간지 시사IN 기자로 일하고 있다. 홍콩, 미얀마 등 아시아 지역 민주주의의 격동과 한국 사회의 이주민에 대해 기사를 써 왔다. 함께 쓴 책으로 ‘죽는 게 참 어렵습니다’가 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