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경찰 기동대가 휴가를 앞둔 직원에게 휴가 이유와 휴가 중 음주 계획 등을 사전 질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내부에선 기강 단속은 필요하지만 과도하게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 아니냐는 불만도 제기된다.
2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산하 A기동대는 이달 중순부터 연가를 신청한 직원들에게 ‘쉬는 동안 무엇을 할 것이냐’ ‘연가 도중 술을 마실 계획이 있느냐’고 물으며 답변을 요구했다.
현재 경찰 등 공무원은 연가 사유를 사전에 보고할 의무가 없다. 7년 전까지는 사유 기재가 의무였지만, 경찰관이 연가를 쓸 때 눈치를 보게 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가 2017년 국가공무원 복무·징계 관련 예규를 개정하면서 이런 관행은 사라졌다.
A기동대 측이 직원들의 연가 사유를 확인하고 나선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른 기동대에서는 통상 ‘개인 용무’라고 적던 조퇴 사유란에 구체적인 내용을 기재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A기동대 관계자는 “연가 사유를 물어봤다기보다는 음주를 자제해 달라는 취지에서 언급한 것”이라며 “술을 마실 일이 있다면 과음을 자제해 달라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기동대들이 내부 규정을 보다 엄격히 적용하기 시작한 배경에는 최근 잇따른 서울 경찰관 비위 사태가 있다. 이날 오전에도 서울청 기동본부 소속 경찰관들이 술에 취해 서로에게 주먹을 휘둘렀다는 신고가 서울 금천경찰서에 접수됐다.
다만 본청이나 서울청, 일선 경찰서가 아닌 유독 기동대에서만 이런 조치가 시행되는 건 불공평하다는 불만이 적지 않다. 한 기동대 직원은 “의무경찰 자리를 직원들이 채우고 있지만 우리도 엄연한 경찰관”이라며 “지휘부에서는 우리를 의경처럼 대하는 것 같아 자괴감이 든다”고 말했다.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집회 관리에 투입되는 경찰 인력이 많다 보니 경찰관으로 구성된 기동대지만 의경과 같은 대접을 받는 게 현실”이라며 “내부 기강 단속도 좋지만 휴식과 사생활을 보장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재환 기자 j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