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연일 의정 대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의료계에서 단일 대화 창구가 마련되지 못하면서 좀처럼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의 중재를 반기는 일부 의료계의 반응에도 불구하고 집단행동을 촉발한 전공의가 ‘의료계 대표단’ 구성에 참여할지 여전히 불투명하다.
김창수 전국의과대학 교수협의회장은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치권 중재는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여당에도 의료 전문가가 있고, 특히 집권 여당으로서 국민적 문제를 논의하는 것은 필요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정부의 증원 규모 2000명에 대해 “유연하게 열어놔야 한다”고 언급했고, 안철수 국민의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도 “2026학년도부터 조정해야 한다”며 중재안을 내놨다.
의대 교수들은 전날 한덕수 국무총리와 의료계 대화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안 위원장과의 만남에는 응한 바 있다. 방재승 서울대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안 위원장이) 가장 합리적인 중재안을 들고 나왔다”고 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전공의 1명이 참석했다. 그동안 침묵으로 일관하던 전공의가 직접 대화에 참석해 면허정지 처분 무효, 2000명 증원 재논의, 의료사고 보호법 보완, 처우 개선 등을 요구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는 중재안의 핵심은 ‘2000명 조정’이다. 하지만 정부가 인원 조정을 수용하지 않으면 의미가 없는 상황이다. 방 위원장도 “정치권에서 의료계가 동의할 중재안을 내놔도, 문제는 정부가 과연 이를 받아들일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전공의가 정부와의 협상이나 정치권 중재 등 대화 테이블에 직접 나서지 않으면 의정 갈등 실타래는 풀리기 어렵다. 정부는 전공의에게 대표단을 구성해 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대응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책임 있는 대표단을 구성해 정부와의 대화 자리에도 나와달라”며 “대표단 구성은 법 위반에 해당하는 집단행동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배우경 서울대의대 비대위 언론대응팀장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정치권 중재가) 해결의 키를 쥔 당사자(전공의)의 동의를 받아내거나 그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개원의들이 중심인 대한의사협회(의협)는 대통령이 직접 나서라고 요구했다. 의협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공의들의 복귀를 위해 윤석열 대통령이 이들과 직접 만나 ‘결자해지’로 상황을 타개해 달라”며 “무엇보다 병원을 떠나 있는 전공의들이 조속히 소속 병원으로 복귀할 수 있는 방안을 정부가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급 위기에 놓인 의대생들은 아예 한 학기를 추가로 휴학해 1년을 쉬겠다고 밝혔다. 한림대의대 1학년 일동은 성명을 내고 “1학기 수업 거부와 함께 2학기에 휴학계를 제출해 1년간 학업을 중단하기로 결의했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의대생들의 휴학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유급 처분을 받게 되면 학사 일정이 1년 뒤로 밀릴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