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멘토·멘티는 운명 같은 사회적 가족… 멘토 풀 확대했으면”

입력 2024-03-28 04:05 수정 2024-03-28 13:24
‘희망디딤돌 캠페인 디딤돌가족 1기 결산 좌담회’ 참석자들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정권 수영로교회 부목사, 최완우 삼성전자 부사장,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김경호 국민일보 대표이사, 제현웅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박설미 야나 사무국장, 김남중 자립준비청년커뮤니티 한울 운영자, 신종수 국민일보 편집인. 김지훈 기자

국민일보와 삼성이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 지원을 위해 공동기획한 '희망디딤돌 캠페인 디딤돌가족 1기 결산 좌담회'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지난해 양사는 자립준비청년의 정서적 안정을 지원하기 위한 멘토링 사업을 기획했다. 디딤돌가족의 멘토봉사단으로 삼성 임직원을 비롯해 부산 수영로교회와 대구동신교회, 전북 익산 기쁨의교회, 전남 순천 서로사랑하는교회 성도 60명이 참여했다. 강주화 산업2부장 사회로 열린 좌담회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 12월 말까지 진행된 1기 디딤돌가족 멘토링을 결산했다. 참석자들은 오는 6월 시작하는 2기 디딤돌가족 멘토링에 대한 의견을 나누며 지속가능한 멘토링을 위해 멘토 역량 강화 교육과 함께 멘토 풀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좌담회에는 이기일 보건복지부 1차관,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 최완우 삼성전자 부사장, 제현웅 삼성글로벌리서치 부사장, 박설미 사단법인 야나 사무국장, 박정권 수영로교회 부목사, 1기 디딤돌가족 멘티로 참여한 자립준비청년 김남중씨가 참석했다.


최완우 부사장=디딤돌가족은 멘토와 멘티가 일대일로 만난 ‘사회적 가족’이다. 지난해 1기 디딤돌가족 멘토링 사업에 참여한 60명이 당초 목표한 10회 중 평균 8회 정도 만난 것으로 집계됐다. 멘토링 참가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자립준비청년인 멘티 중 90%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준 어른이 있어 좋았다”고 답했다. 멘티 85%는 “자신의 진로를 결정하고 구체적 계획을 세우는 데 멘토링이 도움이 됐다”고 만족했다. 멘토들도 멘토링 사업에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멘티의 긍정적 변화를 보며 멘토링에 만족스러워한 멘토는 72%에 달했다. 멘토 10명 중 7명(69%)은 2기 디딤돌가족 멘토링 사업에도 활동할 의사를 밝혔다. 멘토링 사업에 지원하지 않겠다는 멘토들은 그 이유에 대해 “자신의 부족한 역량을 더 키울 예정”이라고 했다. 디딤돌가족의 과제는 멘토의 역량을 키우는 일인 것 같다.


정익중 원장=2006년 자립준비청년 연구를 시작해 이 주제에 대한 여러 글과 논문을 썼다. 보호종료는 새로운 보호의 시작이다. 이때를 기점으로 복지부에서 충분한 수준은 아니지만 이들에 대한 자립수당과 정착금 등을 마련했다. 그런데도 재정 및 생활 지원을 넘어 정서적 지원이 중요하다는 걸 알았다. 이들을 위해 시간을 내 곁을 내주는 게 정서적 지원이다. 멘토링은 프로그램이 아니라 관계로 형성된다. 자립준비청년과 관계를 형성하려면 멘토 발굴 및 교육, 멘토·멘티 매칭, 멘토링 모니터링, 재교육 등 여러 과정이 필요하다 보니 이를 지속하는 게 쉽지 않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이 마음을 모아주셨기에 1기 디딤돌가족 멘토링 사업이 진행됐다고 본다. 멘토·멘티 간 우연한 만남이 운명처럼 오래된 관계로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한다.


박설미 사무국장=사단법인 야나(yana·You Are Not Alone)는 마땅히 받아야 할 사랑을 못 받고 마땅히 누릴 권리를 못 누리는 아이들을 위해 다양한 사업을 펼친다. 나는 자립전담요원 활동하면서 보육원 아이들과 자립준비청년 등의 건강한 자립을 돕는 일을 한 적 있다. 건강한 자립은 건강한 시설과 분리될 수 없다. 시설 안팎에서 여러 사람과 신뢰 관계를 갖고 성장하면 삶의 여러가지 고난을 잘 이겨낼 힘을 가질 수 있다.

국민일보가 지난해부터 보도한 기획시리즈를 통해 ‘자립준비청년 곁에 어른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성년이 된 자립준비청년뿐 아니라 보육원시설 등의 아이들에게도 믿을 만한 어른이 필요하다. 그래서 야나는 시범적으로 시설에 있는 유·소년기 아동을 대상으로 어른이나 가정과 매칭해 일대일 관계를 맺는 일을 하고 있다. 일대일 관계 맺기를 통해 아동이 자립할 때까지 이어진다면 이들이 시설을 퇴소할 때 의지할 수 있는 믿을 만한 어른이 있을 것이다.


박정권 목사=부산 수영로교회(이규현 목사)는 지난해 자립준비청년의 기댈 만한 나무가 되자는 뜻에서 ‘기대나무팀’을 신설했다. 교회는 어떻게 하면 사회의 그늘진 곳에서 빛과 소금의 역할을 잘 감당할 수 있을까 고민 중이다. 교회가 보육원 사역을 오래 했지만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팀 사역을 시작했다. 멘토 모집부터 사역 방향과 방법론까지 막막했다. 그런데 디딤돌가족 사업에 협업하며 많은 유익을 얻었다. 9명의 멘토가 7명의 멘티와 연결돼 멘토링을 진행했다. 교회는 올해 안에 부산 시설자립전담요원과 함께 90명의 자립준비청년과 결연해 멘토링 사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사역을 추진하는 데 디딤돌가족 사업이 마중물이 됐다.


김남중씨=현재 광주 자립준비청년이 만든 커뮤니티 ‘한울’ 운영자로 활동 중이다. 지난해 1기 디딤돌가족 멘티로 10회 멘토링을 진행했는데 따뜻한 멘토와 매칭돼 구직활동에 도움을 많이 받았다. 균형 잡힌 일상을 영위하는 이야기 등의 깊이 있는 대화도 나눴다. 대학교 다닐 때도 제 고민을 두고 상담할 어른이 없었는데 그런 부분을 꽉 채워준 프로그램이었고, 무엇보다 멘토의 피드백을 받으면서 회복을 경험했다. 이제는 자립준비청년들이 사회에서 도움받은 사람에서 나누는 사람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 디딤돌가족 멘티들이 모여서 사회공익을 실현하는 봉사활동을 하는 등 당사자들도 작은 씨앗을 뿌리는 활동을 하면 좋을 것이다.


제현웅 부사장=지속적인 디딤돌가족 멘토링을 위한 세 가지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많은 자립준비청년이 정서적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멘토 풀을 좀 더 확대하면 좋겠다. 타인에 대한 관심을 기본적으로 가진 직업군(교사 의료진 변호사 등)을 주축으로 멘토의 직업군을 확대하면 어떨까. 또 멘티가 자신의 얘기를 말하길 주저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을 끄집어내려면 결국 멘토의 역량 강화가 중요하다. 이를 위한 교육과 함께 멘토끼리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를 가진다면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다. 멘토링 기간을 충분히 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2022년 8월 광주에서 자립준비청년 이슈가 터진 뒤 이들에 대한 국가적 지원과 사회적 관심이 증가했다. 이 일을 계기로 대학 입학 후에도 본인이 원하면 보육원시설에 남을 수 있게 됐다. 이전에는 만 18세 이후 시설을 퇴소한 이들이 해마다 2000여명이었는데 현재는 1400여명 수준이다. 이들과 대화해 보니 보호연장아동으로 시설에 있지만 직업훈련이나 진로탐색 등이 필요한 것을 알게 된다. 이들도 자립준비청년의 풀로 포함해 필요로 하는 직업훈련, 멘토링 사업 등을 펼치면 어떨지 제안해 본다.

정 원장=보육원시설과 그룹홈 아동이 1만명가량 된다. 이들도 멘토가 필요한데 궁극적으로는 가정체험 봉사 등을 통해 가정 안에서 이들을 보호하는 구조로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 목사=지역 대형교회를 멘토 풀로 활용하면 좋겠다. 교회 안에는 다양한 직업군의 성도들이 있는데 멘티를 모집할 때 관심 분야, 전공 등 구체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성도들과 일대일로 연결하면 큰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립준비청년 지원정책에서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가 심각하다. 정부·기관 지원을 받으려면 자신의 터전을 떠나야 하는데 이들에게는 너무 큰 도전이다. 지역에 있는 자립준비청년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 달라.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