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보건 예산 대폭 확대… 의료계, 함께 고민하자”

입력 2024-03-28 04:06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하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사직이 이어지는 가운데 27일 대구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 관계자가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27일 “무너진 지역·필수의료를 제대로 재건하기 위해서는 전혀 새로운 과감한 방식의 투자가 필수적”이라며 보건의료 예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의료계와 함께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의사단체를 향해 예산편성 논의에 참여할 것을 제안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의대 2000명 증원은 이미 대학별 배정까지 완료됐다”며 의사단체와 여당 일각의 ‘정원 협상론’에는 선을 그었다. 보건의료 예산 증액을 매개로 의사단체에 대화를 제안하면서도 “증원 규모 2000명은 논의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한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와 의사단체 간 대화 진전 가능성은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성태윤 정책실장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을 열고 “의료 분야를 안보·치안과 같은 헌법적 책무를 수행하는 수준으로 우선순위로 끌어올려 국가 재정을 집중투자할 계획”이라며 ‘의료개혁 5대 재정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5대 재정사업은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지역의료 발전기금’ 신설, 필수의료 재정지원 확대,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위한 보상재원 확충, 필수의료 연구·개발(R&D) 예산 확대다. 정부는 이 사업들을 뒷받침할 ‘필수의료 특별회계’도 신설할 방침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7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는 국민들이 의대 정원의 큰 증가를 포함한 과감한 의료 개혁을 강하게 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래서 그 정책 방향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다만 현시점에서 국민들의 걱정과 국민 건강 부분도 충분히 고려하며 진행돼야 한다”면서 “대화를 하는 과정에서 ‘어떤 의제는 전혀 생각할 수 없다’고 배제하면 건설적인 대화 진행이 어렵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의 ‘의제 제한 없는 대화’는 의대 증원 규모 2000명도 협상 대상에 포함시킬 것을 촉구하는 의미로 분석됐다. 이는 의·정 갈등이 길어질수록 총선에 악재가 된다는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증원 규모 2000명은 협상 대상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당·정 재충돌’ 가능성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대전 충남대병원을 찾아 비상진료체계를 점검한 뒤 의사단체를 향해 대화를 재차 촉구했다. 한 총리는 조강희 병원장 등 의료진과 만나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총리는 “언제 어디서든, 원한다면 제가 직접 관련 장관들과 함께 나가 대화에 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