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과 LG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통 큰’ 국내 투자 계획을 27일 발표했다. 현대차는 3년간 국내에서 8만명을 채용하고 68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LG그룹은 5년간 인공지능(AI)과 바이오, 클린테크 등 미래 기술력에 100조원가량을 투입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연구·개발(R&D)투자(31조1000억원), 경상투자(35조3000억원), 전략투자(1조6000억원)를 합쳐 총 68조원을 3년간 집행한다. 연평균 투자 규모는 약 22조7000억원으로, 2023년(17조5000억원) 대비 30% 늘어난 규모다. R&D 분야에는 제품 경쟁력 향상과 전동화,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 배터리 기술 내재화 체계 구축 등 핵심기술 확보를 위해 전체의 46%가 투자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8만명을 직접 채용하기로 했다. 완성차 부문 고용 증가에 국내 부품산업 추가 고용 유발을 고려하면 일자리 창출 효과는 19만8000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한다. 이 8만명 중 55%인 4만4000명이 전동화, SDV, 탄소중립 실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프로젝트 등의 신사업 분야에 할당된다. 고령 인력 1만3000명은 재고용한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까지 전기차(EV) 라인업을 31종으로 늘리고, 국내 전기차 연간 생산량을 151만대(수출 92만대)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대규모 고용과 투자 계획이 시장과 소통을 강화하고 성장 의지를 전달함으로써 주요 계열사의 ‘기업 밸류업’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투자와 배당에 대한 문의가 많았고 이에 대한 답변 차원에서 계획을 발표하게 됐다”고 말했다.
최근 설계변경안을 내놓은 GBC 프로젝트는 인허가 절차에 속도가 나는 대로 투자와 고용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상투자에 포함된 이 프로젝트에는 3년간 약 4조6000억원이 투자되고 9200명을 신규 고용한다. 2030년까지는 총 19조5000억원 투자, 누적 기준 5만6000명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추산된다.
같은 날 LG그룹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개최한 정기 주주총회에서 2028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약 100조원을 국내에 투자하겠다고 알렸다. LG그룹은 주총 전 주주로부터 온라인으로 받은 질문에 답하는 차원에서 기존 투자계획을 구체화해 발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요 기업이 주총을 계기로 기업 밸류업 계획을 적극 공표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LG그룹 국내 투자액 100조원은 LG의 글로벌 총투자 규모의 65%에 해당한다. LG는 AI, 바이오, 클린테크 같은 미래 기술과 배터리, 자동차부품, 차세대 디스플레이 등 성장 분야에 재원의 50%를 투입할 방침이다. 또 전체의 55%는 R&D 자금으로 쓰인다. 구광모 LG 회장은 서면 인사말에서 “성장 사업은 고객과 시장이 요구하는 핵심 경쟁력을 조기에 확보해 주력 사업화하고 미래 사업은 AI, 바이오, 클린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명오 김혜원 기자 myung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