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지대 정당들은 당의 가치와 지향점을 보여주는 ‘비례대표 1번’에 윤석열정부와 거대 양당 심판론을 동시에 부각할 수 있는 인물을 전진배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일보가 27일 제3지대 정당 3곳의 비례대표 후보 상위 10명을 분석한 결과 조국혁신당은 ‘반윤’(반윤석열), 개혁신당은 ‘청년’, 새로운미래는 ‘반명’(반이재명) 기조가 뚜렷했다.
오는 4·10 총선에서 선출하는 비례대표 의원은 46명이다. 2020년 21대 총선 때보다 1명 줄었다. 최근 여론조사 정당 지지율을 토대로 선거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조국혁신당의 비례대표 당선권은 11~12번, 개혁신당은 2~3번, 새로운미래는 1~2번으로 예상된다.
조국혁신당의 비례 1번은 박은정(52) 전 법무부 감찰담당관이다. 그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시절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징계 청구 실무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고 지난달 법무부에서 해임됐다.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를 받고 있다.
조국 대표는 비례 2번을 받았다. 공직선거법에 따라 비례 홀수는 여성, 짝수는 남성으로 교차 배치하는 것을 감안하면 남성 중에선 가장 앞 순번을 받은 것이다. 조 대표가 곧 조국혁신당의 정체성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비례 1, 2번을 모두 반검찰 인사를 내세워 ‘검찰독재 타도’ ‘윤석열정권 심판’ 기치를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을 포함해 비례 10번 안에 검찰 개혁을 주장하는 검·경 출신이 5명 포진했다.
개혁신당은 ‘전문직 청년’에 방점을 찍었다. 비례 1번에는 이주영(42) 소아응급의학과 교수가 배치됐다. 이준석 대표는 지난 26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이 교수는 기피과 의사로서, 세 아이의 엄마로서, 저출산 문제 전문가로서 선명성이 매우 뛰어나다”고 말했다.
2번을 받은 천하람(37) 변호사는 이준석계로 불리는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의 리더다. 이 대표가 지역구 선거를 뛰는 상황에서 천 변호사는 당의 구심점 역할을 하며 후보 지원 유세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개혁신당은 비례 1·2번을 모두 1980년대생으로 배치했다. 10명 중 8명이 30, 40대다. 조국혁신당의 비례 후보 10명 중 9명이 50, 60대라는 점과 확연히 대비된다.
새로운미래에선 더불어민주당 출신 비명(비이재명)계 청년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1번을 받은 양소영(30) 당 책임위원은 한때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장으로 활동했지만 ‘이재명 사당화’를 비판하며 탈당했다. 4번 신정현(42) 전 경기도의원도 민주당 출신 비명계 인사다.
새로운미래 비례 2번인 조종묵(63) 전 소방청장은 2017년 문재인정부의 초대 소방청장으로 임명돼 이듬해 평창 동계올림픽 안전을 총괄했다. 조 청장을 내세운 건 윤석열정부에서 발생한 이태원 참사와 오송지하차도 참사 등의 재발 방지 의지를 부각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민지 박장군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