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일보 2기 독자위원회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올해 두 번째 독자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민경찬 비아출판사 편집장, 김의경 소설가, 민고은 법률사무소 진서 대표변호사, 남혁상 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독자위원들은 회의에서 의료대란, 기획 이슈, 팩트체크 등 국민일보 보도 방향과 기사에 대해 논의했다.
△민경찬 위원=국민일보는 상대적으로 균형감을 찾으려는 신문인 것으로 안다. 상대적으로 튀어보였던 건 청소년유해도서 관련 기사다. 기독교적 색채가 있어 동성애 문제 등을 꾸준히 기사로 다루고 있다. 다만 간행물윤리위원회 입장이 상대적으로 덜 나오는 느낌도 있다.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간행물윤리위 입장을 더 반영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민호 위원=다른 신문들과도 비교하는데 국민일보에 좋은 기획이 많다. 포커스, 핫이슈, 커버스토리까지. 당일 사건 외에 편집국 차원에서 주제별로 파고 들어가는 이슈가 많아서 좋다. 편집국의 큰 의지가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 같다. 신선하고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 기사는 용두사미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충분히 깊게 다루지 않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김의경 위원=저출산 고령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아이를 낳으면 기업에서 인센티브를 준다는 기사도 많이 봤다. 기사들을 접하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도 있지만 기업 역시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되는데 이런 것들을 조명하는 기사가 많이 나오면 어떨까 생각했다.
△민고은 위원=출산율이 낮다는 기사와 더불어 육아휴직 제도를 돌아보는 기사도 많다. 단편적으로 보면 제도는 있는데 왜 아이를 낳지 않나 생각하겠지만, 제도가 출산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한 번 검토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김 위원=의료대란 문제도 의사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깊숙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사가 많았으면 한다. 의사들을 나쁜 사람으로만 볼 것인가. 그런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고은 위원=의대정원 증원의 타당성 문제는 별개로 하고, 다른 신문을 봐도 의사들이 왜 증원을 반대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언론사들이 양쪽 입장을 자세히 다뤄주면 좋겠다.
△안 위원=국민일보는 그래도 의사들 입장을 많이 보도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려운 문제다.
△민경찬 위원=의료대란은 기본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이유가 사람들이 병원을 찾을 때를 생각해보면, 보통 아플 때 가니까 병원은 인상이 좋기가 어렵다. 반면 의료서비스는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인식의 괴리가 있어서 공정하게 평가하기 힘들다. 한국이 좋은 서비스를 갖고 있다는 걸 전제하고 보는 것과 국민들이 보기에 의사들 노동수입이 제일 높다는 것, 또 한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고소득 가치를 논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공정하게 다뤄야 할 것 같다. 어렵다.
△안 위원=의대 정원은 정부가 정했지만, 다른 대학의 다른 과는 정부가 정하지 못한다. 그 구조가 가지는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의대는 좀 다른 얘기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정하니까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도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정원을 몇명 이렇게 정하고 또 정부가 다 책임져야 하는 경직된 구조가 됐다. 누구 잘못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쉽지 않은 문제다.
△김 위원=전체적으로 지면에서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국민초대석이나 방송문화면을 보면 문화예술인 인터뷰가 나온다. 방송과는 달리 지면 인터뷰를 보면 깊은 내용을 볼 수 있어 좋다. 지면에서 이들의 속마음이나 인격적으로 성숙해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인터뷰가 더 많았으면 한다.
△안 위원=인물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다양한 인물을 발굴해내는 게 좋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중요한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도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라고 본다.
△남혁상 부국장=총선에서 여야가 명운을 걸고 싸우고 있다. 국민일보가 이런 국면에서 갈등이나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고 있다. 어떻게 보시나.
△안 위원=진실체크가 아니라 팩트체크라면 분량이 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선거 때 토론하면 매 순간 팩트체크를 해서 바로바로 자막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하는 다양한 분석들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용어의 문제일 뿐 어떤 게 더 사실에 부합하느냐, 그 정보를 전달하는 시도는 좋다고 본다.
△김 위원=전체적인 지면을 보면 국민일보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 ‘개st하우스’도 그렇고.
△안 위원=제가 애견인이어서 그런지 ‘개st하우스’ 같은 기사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지만 유기견 또는 유기동물을 조명하는 걸 반대하는 분도 있다는 걸 인정한다. 개를 사람처럼 대한다며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인식의 간극을 좁혀주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다. 동물을 과도하게 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동물 학대는 인간에 대한 폭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동물 학대를 왜 엄벌해야 하느냐, 저는 다른 범죄로 넘어갈 수 있어서라고 본다. 그런 걸 설명해주는 게 필요하다.
△민경찬 위원=사람 입양은 안 하고 개 입양만 하느냐는 일부 지적이 있다는데, 그동안 사람 입양 이야기도 많이 했었죠. 같은 맥락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의 확장 개념으로 보면 어떨까 한다.
정리=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