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왜 증원 반대하는지 궁금… 양쪽 입장 자세히 다뤘으면”

입력 2024-03-29 04:03 수정 2024-03-29 04:03
국민일보 독자위원들이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국민일보의 보도 방향과 기사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경찬 안민호 김의경 민고은 독자위원. 이한형 기자

국민일보 2기 독자위원회가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본사 대회의실에서 올해 두 번째 독자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회의에는 안민호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교수, 민경찬 비아출판사 편집장, 김의경 소설가, 민고은 법률사무소 진서 대표변호사, 남혁상 국민일보 편집국 부국장이 참석했다. 독자위원들은 회의에서 의료대란, 기획 이슈, 팩트체크 등 국민일보 보도 방향과 기사에 대해 논의했다.


민경찬 위원=국민일보는 상대적으로 균형감을 찾으려는 신문인 것으로 안다. 상대적으로 튀어보였던 건 청소년유해도서 관련 기사다. 기독교적 색채가 있어 동성애 문제 등을 꾸준히 기사로 다루고 있다. 다만 간행물윤리위원회 입장이 상대적으로 덜 나오는 느낌도 있다. 독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간행물윤리위 입장을 더 반영해주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안민호 위원=다른 신문들과도 비교하는데 국민일보에 좋은 기획이 많다. 포커스, 핫이슈, 커버스토리까지. 당일 사건 외에 편집국 차원에서 주제별로 파고 들어가는 이슈가 많아서 좋다. 편집국의 큰 의지가 있지 않으면 어려운 일 같다. 신선하고 차별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 기사는 용두사미 같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충분히 깊게 다루지 않는 부분도 있어 보인다.


김의경 위원=저출산 고령화 얘기가 많이 나온다. 아이를 낳으면 기업에서 인센티브를 준다는 기사도 많이 봤다. 기사들을 접하면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려면 정부도 있지만 기업 역시 큰 역할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기업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되는데 이런 것들을 조명하는 기사가 많이 나오면 어떨까 생각했다.


민고은 위원=출산율이 낮다는 기사와 더불어 육아휴직 제도를 돌아보는 기사도 많다. 단편적으로 보면 제도는 있는데 왜 아이를 낳지 않나 생각하겠지만, 제도가 출산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는지 한 번 검토해볼 필요도 있어 보인다.

김 위원=의료대란 문제도 의사들의 속 깊은 이야기를 깊숙하게 보여줄 수 있는 기사가 많았으면 한다. 의사들을 나쁜 사람으로만 볼 것인가. 그런 얘기도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고은 위원=의대정원 증원의 타당성 문제는 별개로 하고, 다른 신문을 봐도 의사들이 왜 증원을 반대하는지 이유를 잘 모르겠다. 언론사들이 양쪽 입장을 자세히 다뤄주면 좋겠다.

안 위원=국민일보는 그래도 의사들 입장을 많이 보도하지 않았나. 그런데 어려운 문제다.

민경찬 위원=의료대란은 기본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이유가 사람들이 병원을 찾을 때를 생각해보면, 보통 아플 때 가니까 병원은 인상이 좋기가 어렵다. 반면 의료서비스는 세계에서 가장 좋다는 인식의 괴리가 있어서 공정하게 평가하기 힘들다. 한국이 좋은 서비스를 갖고 있다는 걸 전제하고 보는 것과 국민들이 보기에 의사들 노동수입이 제일 높다는 것, 또 한 사람의 생명을 가지고 고소득 가치를 논하느냐의 문제도 있다. 공정하게 다뤄야 할 것 같다. 어렵다.

안 위원=의대 정원은 정부가 정했지만, 다른 대학의 다른 과는 정부가 정하지 못한다. 그 구조가 가지는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의대는 좀 다른 얘기다. 정부가 의대 정원을 정하니까 문제가 생기면 정부가 전적으로 책임을 져야 하는 구조도 생길 수 있다. 우리는 정원을 몇명 이렇게 정하고 또 정부가 다 책임져야 하는 경직된 구조가 됐다. 누구 잘못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쉽지 않은 문제다.

김 위원=전체적으로 지면에서 사람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국민초대석이나 방송문화면을 보면 문화예술인 인터뷰가 나온다. 방송과는 달리 지면 인터뷰를 보면 깊은 내용을 볼 수 있어 좋다. 지면에서 이들의 속마음이나 인격적으로 성숙해가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인터뷰가 더 많았으면 한다.

안 위원=인물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한다. 다양한 인물을 발굴해내는 게 좋다. 널리 알려지진 않았지만 중요한 사람들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는 것도 저널리스트의 역할이라고 본다.

남혁상 부국장=총선에서 여야가 명운을 걸고 싸우고 있다. 국민일보가 이런 국면에서 갈등이나 논란이 되는 이슈에 대해 팩트체크를 하고 있다. 어떻게 보시나.

안 위원=진실체크가 아니라 팩트체크라면 분량이 많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선거 때 토론하면 매 순간 팩트체크를 해서 바로바로 자막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하는 다양한 분석들은 의미가 있다고 본다. 용어의 문제일 뿐 어떤 게 더 사실에 부합하느냐, 그 정보를 전달하는 시도는 좋다고 본다.

김 위원=전체적인 지면을 보면 국민일보는 따뜻한 느낌을 준다. ‘개st하우스’도 그렇고.

안 위원=제가 애견인이어서 그런지 ‘개st하우스’ 같은 기사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하지만 유기견 또는 유기동물을 조명하는 걸 반대하는 분도 있다는 걸 인정한다. 개를 사람처럼 대한다며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그 인식의 간극을 좁혀주는 것도 언론의 역할이다. 동물을 과도하게 대하는 것도 문제지만 동물 학대는 인간에 대한 폭력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동물 학대를 왜 엄벌해야 하느냐, 저는 다른 범죄로 넘어갈 수 있어서라고 본다. 그런 걸 설명해주는 게 필요하다.

민경찬 위원=사람 입양은 안 하고 개 입양만 하느냐는 일부 지적이 있다는데, 그동안 사람 입양 이야기도 많이 했었죠. 같은 맥락에서 인간에 대한 사랑의 확장 개념으로 보면 어떨까 한다.

정리=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