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하더니… 골·골·골

입력 2024-03-28 04:03
손흥민과 이강인이 26일 태국 방콕의 라자망갈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태국과의 북중미월드컵 예선 경기에서 골을 합작한 후 포옹하며 기쁨을 나누고 있다. 손흥민은 이강인의 도움을 받아 팀의 두 번째 골을 넣었다. 신화뉴시스

한국 남자 축구 대표팀이 태국을 3대 0으로 꺾고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손흥민(토트넘)과 이강인(파리 생제르맹)은 골을 합작한 뒤 뜨거운 포옹을 나누며 그간의 갈등을 완벽히 봉합했다. 소방수로 나선 황선홍 감독의 23세 이하(U-23) 대표팀 ‘겸직’ 승부수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대표팀이 A매치 기간인 지난 18일부터 26일까지 짧은 여정을 마무리했다. 임시 사령탑 체제의 황선홍호는 태국과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2경기에서 1승1무를 거뒀다. 승점 10점(C조 1위) 고지를 밟아 최종 예선 진출에도 바짝 다가섰다. 황 감독은 27일 국내파 선수 11명, 김문환(알두하일) 등과 함께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가장 큰 수확은 지난 1월 아시안컵 4강 탈락 후 위르겐 클린스만 전 감독 경질, 손흥민-이강인의 충돌 등으로 어수선했던 대표팀 분위기를 다잡고 재정비한 것이다. 손흥민은 전날 태국과의 원정 경기에서 이강인이 찔러준 패스를 받아 골로 연결하며 3대 0 완승을 이끌었다. 이강인은 곧장 손흥민에게 달려가 안겼고, 손흥민은 경기를 마친 뒤 “오랜만에 안아봤는데 너무 귀엽다. 더 잘해줬으면 좋겠다”는 말로 화답했다.

“운동장에서 벌어진 일은 운동장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황 감독의 뚝심도 빛났다. 그는 하극상 논란으로 질타받던 이강인을 소집해 태국 2연전에 모두 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주장 완장은 손흥민에게 그대로 맡겼다. 두 선수는 서로를 도와 득점을 만들어내며 황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황 감독은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가 컸다. 하나 된 마음으로 보답하고자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8경기 만에 무실점 경기를 펼친 것도 고무적이다. 아시안컵 기간 11실점했던 한국은 ‘철기둥’ 김민재(뮌헨)를 앞세운 수비진이 안정감을 되찾았고, 수문장 조현우(울산)의 선방 쇼까지 더해지면서 실점 행진에 마침표를 찍었다.

새 얼굴들의 등장 역시 하나의 성과였다. 황 감독은 프로축구 K리그 경기를 직접 관전하며 선수 발굴에 나섰고, 주민규와 이명재(이상 울산), 정호연(광주) 등을 대표팀에 승선시켰다. 그는 국내·해외파를 구분하지 않았다. 그간 중용되지 않았던 박진섭, 송민규(이상 전북), 백승호(버밍엄시티) 등도 적극 활용했다.

‘감독 겸임’에 따른 우려도 말끔히 해소됐다. U-23 대표팀은 황 감독이 자리를 비운 사이 명재용 수석코치의 지휘 아래 2024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 정상에 섰다. U-23 대표팀은 이날 대회 결승에서 호주와 2대 2로 비긴 뒤 승부차기(4-3) 끝에 우승했다.

예열을 마친 U-23 대표팀은 내달 파리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카타르 U-23 아시안컵 준비에 돌입한다. 황 감독은 U-23 대표팀 지도자로 복귀해 4월 1일부터 이천종합운동장에서 국내 소집훈련을 진행한다.

박구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