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받은’ 한 총리, 의료계 대화 시도했지만 의대 교수들 불참·사직… 외래 주52시간 강행

입력 2024-03-27 04:08
대학 총장들이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 의대에서 열린 의료 개혁 관련 현안 논의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오른쪽부터 윤동섭 연세대 총장, 오연천 울산대 총장, 원종철 가톨릭대 총장. 권현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의료계와의 대화를 당부한 뒤 한덕수 국무총리가 서울대병원을 찾아 대화에 나섰지만 의대 교수들은 응하지 않았다. 의대 교수들이 사직서 제출과 주 52시간 외래진료 축소를 강행하고, 대한의사협회(의협) 신임 회장에 강경파가 당선되면서 의정 간 대화 가능성은 더 낮아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대 교수 비대위 등 단체들은 26일 정부와의 대화에 응하지 않는 대신 이틀째 사직서 행렬을 이어갔다. 방재승 서울대의대 교수협 비대위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하면서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는 것으로 생색내고 있고, 우리만 이용당하는 모임이기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김창수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회장도 불참했다.

전날 사직서를 제출한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 교수들에 이어 성균관의대도 28일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뜻을 모았다. 의사들은 또 근무시간 축소도 강행하기로 했다. 전의교협은 이날 전국에 있는 수련병원 병원장들에게 법정근로시간 및 연장근로시간인 주52시간 근무를 지켜 달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전의교협은 공문에서 “현재 의료진의 과중한 업무, 피로도 증가 및 체력 소진으로 인해 환자 안전 문제 발생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의대 증원 2000명을 철회하지 않는다면 대화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로 전국 40개 의대 교수들은 “정부에 의한 입학정원과 정원 배정 철회가 없는 한 위기는 해결될 수 없다”고 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해 주시기를 다시 한번 촉구 드린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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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현안을 협의할 의협의 새 회장도 선출했다. 임현택(사진) 당선인은 의대 증원과 관련, 저출생을 고려해 500~1000명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정부와 대립각을 세워온 인물이다. 그는 이날 당선증을 받아든 뒤 “전공의와 의대생 그리고 교수가 면허정지 등 행정 처분되거나 민형사 소송을 당하는 등 조금이라도 불이익을 입는다면 그 시점에 총파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후 정부와의 협상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임 당선인은 대화의 조건으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 파면, 의대 증원에 관여한 안상훈 전 사회수석 공천 취소가 기본이고 대통령 사과가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면허 정지 처분 보류 등은 협상 카드 수준에도 들지 못한다”고 말했다.

차민주 기자 lali@kmib.co.kr